백기완 “남북 지도자가 한반도 허리 자른 미국에 사과 요구해야”

문재인 정부, 민중적인 자부심과 민중적인 배짱을 가지고 소신대로 해보시오!

최근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악의적인 ‘판 깨기’로 북미관계가 교착에 빠진 가운데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이를 풀기 위한 해법으로 “남북 지도자가 앞장서 미국에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2월 9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故김용균 노동자 민주사회장 영결식’에서 고(故)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 김미숙 님, 세월호 가족 분들을 비롯해 민중과 함께 투쟁을 결의하는 백기완 소장 ⓒ 박명훈

3월 20일 백기완 소장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우리나라의 허리를 뚝 자른 게 누구요? 미국 아니요?”라 자문자답하면서 “우리나라의 비극을 강행한 것이 미국이니까 미국의 높은 사람(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먼저 앞장서서 우리 민족한테, 아니, 전 세계 인류한테 사과를 하라고 남쪽과 북쪽 두 높은 사람(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기완 소장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남북 정상이 만나면 미국의 트럼프한테 한반도 분단의 책임을 물으면서 사과하라고 요구를 해야 한다”이라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백기완 소장은 6월 민주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처음으로 실시된 1987년 대선과, 김영삼 당시 민주자유당 후보가 당선된 1992년 특정 정당에 소속되지 않은 ‘재야의 민중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다. 이에 대한 백기완 소장의 답이 걸작이다.

“그 때 나는 표 얻자고 나온 게 아니고, 세상이 바뀌려고 하면 민중이 나서야 된다. 민중이 나서라고 해서 내가 얼굴만 빌려줬던 거예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흥겨운 노랫말 ‘늴리리야 늴리리야 니나노’가 있다. 백기완 소장에 따르면 민중의 우리말이 바로 ‘니나’다. 백기완 소장은 최근 10여 년의 집필을 마치고 나온 소설 <버선발 이야기>에 대해서도 “소설이 아니고, 민중의 삶이요 니나가 역사의 주인공인데 니나 이야기를 가지고서 니나의 삶과 문화와 그들의 꿈, 희망을 기록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백기완 소장에 따르면 <버선발 이야기>의 ‘버선발’은 흔히 떠올리곤 하는 ‘어르신들이 신는 버선’이 아니라 벗은 발(맨 발)이라고 한다. 독재에 맞서 자주해방과 통일의 기치를 높이 들고 끊임없이 투쟁해 새 역사를 개척해 온 이 시대 민중(니나)에게 바치는 경의의 표현인 것이다.

대학가에서 잘 쓰이는 ‘동아리’ ‘새내기’ ‘모꼬지’ 등의 멋진 우리말도 백기완 선생이 발굴해 세상에 알린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백기완 소장의 벗이자 ‘동지’인 고(故) 장준하 선생이 남긴 말이 있다. 박정희 독재정권 성립 뒤 반유신 운동을 전개하던 백기완 선생이 1974년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에 끌려가 가혹한 고문을 받을 때의 일화다.

“백기완 선생은 더 이상 패지 마라. 고집이 세서 죽어도 말 안 하고 맞아 죽을 거다. 그 양반이 죽으면 이 나라의 민족문화, 민중예술이 죽는다. 민중예술, 민족문화의 보고다.”

-1974년, 박정희 유신독재정권이 ‘긴급조치 4호’를 선포해 반유신 민주화운동 인사들을 대거 연행하고 재판에 넘긴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 당시

이처럼 백기완 소장은 해방-분단-동족전쟁을 모두 겪고 친일·반민족·독재 세력에 정면으로 맞서 통일·민중투쟁을 신심으로 벌려온 역사의 산 증인이다. 운동가·시인·재야의 거목으로 우리 운동사에 큰 궤적을 남겼지만 항상 겸손했다. ‘청년 백기완’과 촛불항쟁을 겪은 ‘노년 백기완’의 자세. 민중을 역사의 주역으로 섬기는 관점은 참 한결 같다.

백기완 소장은 2016년 한겨울부터 열린 촛불집회마다 모두 자리를 지켰다. 2019년 2월 9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故김용균 노동자 민주사회장 영결식’에서도 “이제부터 이 자리에 와 있는 노동자와 노동운동가, 피해 받는 민중을 위해 싸우는 시민들이 하나가 되어 썩은 독점자본주의를 뒤집어야 한다”며 “이들의 뒤를 나도 똑같이 따라 가겠다”고 목청껏 부르짖었다.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역사에 주체적인 줄기였습니다. 촛불혁명은 우리 한반도의 참된 평화요, 민주요, 자주통일, 민중이 주도하는 해방통일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맥락 위에 서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 민중적인 자부심과 민중적인 배짱을 가지고 소신대로 해보시오!”

-백기완 소장이 2018년 4월 23일 9시간에 걸쳐 5개의 혈관을 심장에 이식하는 대수술을 앞두고 <한겨레>에 보낸 영상을 통해 강조한 당부의 말

2019년 2월 9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故김용균 노동자 민주사회장 영결식’에서 발언을 지켜보는 백기완 소장 ⓒ 박명훈

평생토록 통일·민중운동에 삶을 바친 백기완 소장(87세)이 지난해 4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대수술을 바로 앞두고 남긴 말이다. ‘아 이제 마지막일 수 있겠다’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끝내 통일이라는 온 겨레의 숙원을 놓지 않는 일념에 고개를 절로 숙이게 된다.

‘새뚝이’(기존의 장벽을 허물고 새 장을 여는 사람) 백기완 소장. 부디 그의 염원처럼 하루빨리 자주통일·해방세상이 도래할 그날을 간절히 소망한다. ‘백기완의 벗’이자 역사의 주역인 우리(민중) 모두 새뚝이가 되어 소망을 현실로 전환하기 위한 큰 걸음을 내딛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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