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 ‘남북 단일팀’ 방해하는 일본

남북 당국이 내년으로 다가온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대비해 한창 단일팀을 비롯해 참가방식을 논의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의 노골적인 방해로 난관에 봉착했다. 일본 정부가 북한 선수들을 콕 집어 강력히 제재하면서 올림픽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매서운 비판이 나온다.

3월 10일 교도통신과 닛칸스포츠 등에 따르면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입장권 배분을 비롯해 관련 정보 취득을 위해 필수적인 ID를 북한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 206개에 달하는 올림픽 참가국·지역 가운데 오직 북한 선수와 북한올림픽위원회(NOC) 관계자들에게만 명백히 차별적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도쿄올림픽조직위는 올림픽 관련정보 공유를 위한 전용 인트라넷체계 엑스트라넷(extranet)을 운영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조직위가 올림픽 참가국에 배포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통해 각국 올림픽위원회 관계자와 선수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북한 측에는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제공되지 않아 현재로선 관련 정보입수가 원천 차단된 상황이다.

교도통신은 “북한 보유국적자의 입국은 원칙 금지하는 일본의 단독제재가 배경”이라면서 이번 조치에 총리관저의 의향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아베 정권이 올림픽을 주관하는 도쿄올림픽조직을 압박해 이런 결정을 내리게 했단 취지다.

앞서 지난해 11월 27일 김일국 북한 체육상 겸 북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도쿄 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ANOC) 총회 참석차 도쿄를 찾았을 당시, 일본 정부는 “예외적이고 특별한 사정으로 용인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도쿄올림픽조직위는 교도통신에 ‘북한 선수들에게 ID를 제공하고 싶어도 정부가 답을 주지 않고 있어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라는 취지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조율된 답변’으로 보인다. 극우색채가 강경한 자민당 출신 전 총리 모리 요시로(森喜朗)가 도쿄올림픽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점을 볼 때, 이번 사안을 둘러싸고 도쿄올림픽조직위와 일본 정부 간 유착이 있었을 것이란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NOC는 이와 관련 지난해 9월부터 “올림픽헌장 정신에 반한다”고 일본 정부에 항의해 왔지만 요지부동인 답답한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NOC 측은 김일국 북한올림픽위원장 명의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에게 공식항의문 전달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래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와 관계자들에게는 IOC로부터 사증(비자)을 대신하는 자격인정서가 주어진다. 이 자격을 통해 출입국을 관리하는 외교부나 출입국관리소의 기존 절차 없이도 올림픽 개최국에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유독 북한만큼은 예외로 취급되고 있다.

경기 운영권도 사실상 일본 정부가 쥐고 있다. 이를테면 입장권을 구입했다고 경기를 볼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 사전에 ‘이 사람을 들여도 괜찮은지’ 일본 정부의 ‘판단’을 통과해야 비로소 경기를 볼 수 있는 자격이 생겨서다. 올림픽 경기 및 운영에 관한 전반사항을 IOC를 배제한 채 일본 정부 입맛대로 좌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조치가 사실상 북한을 강력히 겨누는 대북제재의 일환임은 명백해 보인다.

이미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1일부터 3일까지 가나가와(神奈)현 사가미하라(相模原)시에서 열린 국제다이빙대회에서도 북한 선수들을 강력하게 제재했다. 당시 ‘메달권 기대주’로 이름 높은 북한 선수 4명이 참가했는데, 일본 거주 재일동포가 주는 ‘김치’를 제외하고 북한 선수에게 다른 식음료를 제공하는 것은 허가되지 않았다. 북한 선수들은 편의점에서 주먹밥과 컵라면 등을 구입해 김치와 곁들여 식사를 해결했다고 한다.

그밖에도 북한 선수들은 특정 장소로 이동할 시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했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경기현장에는 공안경찰이 여기저기 배치돼 북한 선수들을 감시하고 있었다고. 북한 측에서 경기력이 떨어져 메달권과 멀어진다며 대회실행위원회 측에 항의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 여파는 도쿄올림픽 남북 공동입장-단일팀 구성에도 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가령 일본 정부가 북한 선수들을 ‘간첩’으로 판단해 공동입장을 불허한다면, 남북이 합의하고 IOC가 적극 지지한다고 해도 일본의 ‘몽니’로 막히게 되는 셈이다. 설령 일본 측이 공동입장과 단일팀 구성을 찬성한다고 해도, 위의 사례처럼 북한 선수들을 집요하게 감시한다면 경기운영 자체가 심각하게 방해받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 선수들에 대한 인권차별을 감행하며 지난해 ‘평화’의 기운이 지구촌으로 번진 평창올림픽과는 다른 길을 걷겠다는 일본.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영원히 ‘국제 평화방해꾼’으로 낙인찍힐 뿐임을 기억해야 한다. 어쩌면 이번 조치가 남북미 대화에서 철저히 소외된 일본의 ‘짜증’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올림픽 개최국이 올림픽정신을 무너뜨리는 오점을 역사에 남기게 될 것이다.

올림픽헌장 속 올림픽이념의 기본 원칙 2항에는 다음의 말이 적혀있다.

“올림픽이념의 목표는 인간의 존엄성 보존을 추구하는 평화로운 사회 건설을 도모하기 위해 스포츠를 통해 조화로운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현재 올림픽을 앞둔 개최국 일본이 정말로 “인간의 존엄성 보존” “평화로운 사회 건설” “조화로운 인류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향해 진지하게 되물을 일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올림픽 참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인용해 소개한다.

“국제 스포츠계에서는 국적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분위기가 대세이고 올림픽 헌장에도 동일한 규정이 있다.”

-2018년 11월 27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밝힌 일본 정부의 공식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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