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15] 2차 북미정상회담 분석

지난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번 회담은 합의문 발표 없이 끝났다.

1. 양측 발표로 살펴본 공식 평가

(1) 북한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3월 1일 보도를 통해 이번 정상회담이 북미관계를 두 나라 국민의 이익에 맞게 발전시키며 한반도와 지역,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이바지하는 의미 있는 계기라고 평가하였다.

먼저 북미관계를 두 나라 국민의 이익에 맞게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살펴보자.

그동안 북미관계는 전쟁을 중단한 채 평화적이고 정상적인 관계로 진입하지 못한 정전상태, 미국이 북한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체제 붕괴를 목표로 위협·압박하고 북한은 이에 맞서 핵무기를 개발해 미국을 위협하는 적대관계로 인식되어 왔다. 그런데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이번에 2차 북미정상회담까지 하면서 양국은 핵보유국 사이의 정상적인 관계를 향해 나아갔다.

첫째, 양국은 두 차례나 정상회담을 진행했으며 앞으로도 정상회담을 계속할 가능성을 남겨두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이 ‘결렬’되었다고 표현하지만 그보다는 당장 합의에 이르기 어려우므로 양측이 시간을 갖고 협의를 더 진행하기로 하여 ‘휴회’에 가깝다. 서로 얼굴 붉히고 헤어진 건 아니라는 것이다. 노동신문은 양국 지도자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문제해결을 위한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회담을 굉장히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마무리했고 계속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조만간 정상회담을 다시 하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이처럼 정상 사이에 회담을 지속하는 건 양국 관계가 정상화로 가고 있다는 징표다.

둘째, 1차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에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같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협상의 전제조건도 아니었고 협상 과정의 요구사항도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CVID를 요구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 명확하게 말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미국 내에서는 목표를 비핵화에서 핵동결로 낮춰야 한다는 현실론이 대두되고 있다. 북한도 이번에 미국에게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북미 양국이 상호 핵폐기를 요구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것들은 양국 관계가 일반적인 핵보유국 사이의 관계로 자리잡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셋째, 모든 면에서 양국이 동등한 관계를 연출했다. 예컨대 의전을 보면 1차 정상회담 첫 만남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좌측에, 트럼프 대통령이 우측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자리를 잡았다. 세심하게 균형을 맞춘 것이다. 낸시 펠로시(민주당) 하원의장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인 트럼프 대통령과 두 번이나 마주 앉아 대면 협상한 김정은 위원장이 “위대한 승자”(big winner)라고 말했다. 북미 두 정상이 대등한 위치라는 것이다.

이처럼 자주 만나면서 서로를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동등한 입장이 된 것을 종합해보면 북미 양국이 정상화의 과정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양국이 적대관계에서 벗어나 정상관계로 나아가는 것은 양국 국민의 이익에 부합한다.

다음으로 한반도와 지역,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이바지하는 의미 있는 계기라는 평가를 살펴보자.

첫째, 두 정상이 만나 대화를 한 것 자체가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어찌됐든 두 정상이 대화를 하는 동안에는 전쟁이 나지 않는다. 만약 정상회담이 장기간 열리지 않으면 세계는 언제 또 북미 사이에 전쟁 위기가 고조될지 몰라 긴장할 것이다.

둘째,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는 없었지만 양국 모두 앞으로도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이야기는 앞으로도 한반도와 지역,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겠다는 의미다. 역사를 돌아볼 때 협상이 결렬되면 전쟁으로 이어진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결렬’이 아니며 앞으로도 계속 협상을 이어나가기로 하였으므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세계가 전쟁 위기를 우려하지는 않아도 될 것이다.

셋째, 전 세계가 이번 정상회담에 대단한 관심을 보였는데 이는 북미관계가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 평화와 안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2차 북미정상회담 직전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 교전이 발발했다. 핵보유국 사이의 세계 최초 교전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낳았지만 이번 회담만큼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지는 않았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전면전으로 치닫는다고 해도 세계대전 급으로 발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반면 북미 사이에 전면전을 한다면 전 세계 평화와 안전이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 평화와 안전에도 이바지했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이처럼 이번 정상회담은 그 자체로도 한반도와 지역,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이바지하였다. 2년 전만 해도 세계는 북미 사이에 핵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였다. 2년 사이에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북미 양국은 앞으로도 세계 평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2)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생산적인 이틀”이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미사일이나 핵시험은 안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단독회담에 들어가기 전 언론 인터뷰에서도 이 부분을 반복해서 강조하면서 “김정은 위원장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유예를 확보하는 것이 현재 미국의 실질적 목표였던 것으로 보이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얻은 가장 큰 부분으로 보인다. 즉, 미국은 여전히 현상유지책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영변핵시설 외에 추가 핵시설 폐기를 요구했으나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은 마치 뭔가 대단한 것을 발견한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북한이 영변핵시설 외에 추가로 다른 핵시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2008년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한 핵 신고서에도 이미 나온 사실이다. 트럼프 정부 입장에서는 영변핵시설 폐기를 기정사실로 하고 하나쯤 더 얻어내려 하였으나 실패한 셈이다.

이렇게 보면 미국은 기본 목표는 달성했으나 추가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셈이다. 만약 북한이 앞으로 대화는 없고 핵·미사일 시험을 재개하겠다고 했다면 트럼프 정부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다. 북한이 미국에 선물을 준 셈이다.

미국이 영변핵시설에 더해 핵시설을 하나 더 폐기하려고 한 것은 전형적인 사기꾼식 협상 방식이다. 회담 내내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을 극찬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다가 ‘하나만 더 해주면 좋겠다’는 식으로 은근슬쩍 야금야금 먹어치우려 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의도에 밀리지 않았다.

2. 북미정상회담을 둘러싼 요소 분석

(1) 북미 사이의 갑을 관계 고착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갑’이고 미국이 ‘을’이라는 게 더욱 분명해졌다.

먼저 미국 내 평가에서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유예 상태를 유지시키는 데서는 성공했지만 지난해 그렇게 떠들었던 CVID, FFVD는 제기도 못 했다. 그리고 영변핵시설에 이어 하나 더 폐기하는 데도 실패했다. 만약 과거와 같이 미국이 세계유일 패권국의 지위에 있었다면, 그래서 ‘갑’의 입장이었다면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긍정적 평가가 쏟아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카드를 통제하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 금지법, 대북제재 완화 금지법을 쏟아낸 민주당조차 트럼프가 협상을 잘 했다고 평가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옳은 일을 했다”고 평가했고,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의원들로부터 초당적인 찬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이번 회담 결과를 두고 협상 실패라는 말을 전혀 쓰지 않았다.

아무래도 미국은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대북제재 해제 등 북한의 요구가 관철되면 어쩌나 상당히 조바심을 냈던 것 같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 것도 주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매우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다. 언제부터 미국이 자기 요구를 관철하지 못하고 상대의 요구를 막아낸 걸 자랑스럽게 여겼을까? 미국이 ‘갑’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국 전체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을’이 되어버렸다.

다음으로 회담 전반에서 보여준 트럼프 대통령의 저자세에서 드러난다.

만약 미국이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를 상대했다면 자신의 요구를 받지 않는 상대에게 강한 압박을 넣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종일관 전전긍긍하는 저자세를 보이며 북한에 대한 칭찬과 칭송을 이어갔다. 아무런 합의 없이 회담이 끝났지만 결렬이 아니고 분위기는 여전히 좋다는 걸 강조했다.

CVID를 합의문에 명시하는 것을 회담 목표로 잡았던 지난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자기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수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과는 대조적이다.

반면 북한은 미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회담 첫날 만찬에 앞서 “생각해보면 어느 때보다 많은 고민과 노력, 인내가 필요했던 기간이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미국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문제가 많다, 많이 참고 있다, 똑바로 해라’라고 직방으로 이야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그날 밤 곧바로 반박 기자회견을 한 것도 강한 경고를 담고 있다. 리용호 외무상은 “이런 기회마저 다시 오기 힘들 수 있다”, “앞으로 미국 측이 협상을 다시 제기해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고 못을 박았고 최선희 부상도 “앞으로 이러한 기회가 다시 미국 측에 차려지겠는지(마련되겠는지), 여기에 대해서는 저도 장담하기 힘들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보면 북한은 미국 앞에서 고자세, 미국은 북한 앞에서 저자세였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장소에서도 북한이 ‘갑’, 미국이 ‘을’임이 드러난다.

미국은 작고 힘없는 나라와 정상회담을 할 때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게 보통이다. 미국 대통령이 중립지대로 나간 것 자체가 벌써 북한이 불러낸 모양새다. 그나마 싱가포르는 중립지대지만 하노이는 다르다. 하노이는 베트남이 미국을 물리친 상징적인 도시다. 애초에 북한은 하노이, 미국은 다낭을 선호했는데 결국 북한의 요구대로 장소가 결정됐다. 이를 두고 매일경제는 2월 10일자 보도에서 “하노이에서 미국 현직 대통령과 담판을 한다는 상징성만 놓고 봐도 김정은 위원장이 50점 정도 따고 들어가는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여러 모습들을 살펴보면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북한과 미국의 갑을 관계가 더욱 확연해진 회담이었음을 알 수 있다.

(2) 김정은 위원장의 세계적 지도자 입지 과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세계적 지도자라는 입지가 더욱 굳어졌다.

먼저 세계의 민심이 김정은 위원장의 구상과 한 궤도에 있음이 드러났다.

이번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나자 많은 이들이 아쉬워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에 대한 합의가 없는 것에 대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 나아가 세계 평화를 바라는 이들의 아쉬움이 쏟아졌다. 또한 대북제재 해제가 없어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 철도연결이 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아쉬워하였다. 특히 언론은 강원도 접경지와 서해5도 주민들이 아쉬워하는 모습, 남북경협사업의 대표격인 현대그룹이 아쉬워하는 모습을 많이 부각했다. 이런 모습은 세계적으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종전선언이나 제재해제 등은 미국보다 북한의 요구사항과 궤를 같이 한다. 아니 북한뿐만 아니라 전체 우리 민족, 중국·베트남을 포함한 유관국 민심과도 한 궤도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세기의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세계의 민심을 대변하였으니 세계적 지도자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열차 여정에 전 세계가 관심을 보였다.

무려 사흘에 걸쳐 언론은 열차가 어디를 통과하는지를 실시간으로 타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베트남행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것과 대조되는 매우 특별한 현상이다. 또 중간 중간 드러난 김정은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에도 지대한 관심이 쏠렸다.

이번 열차 여정을 통해 많은 이들이 당연하지만 몰랐던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경의선만 연결되면 한국도 베트남까지 열차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으로 육로 여행이 가능하다는 점에 많은 이들이 흥분했는데 사실 물류이동에 대대적인 혁신이 가능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열차 경로는 동아시아의 새 질서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구상을 현실로 보여준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와 중국, 인도차이나반도가 하나로 연결될 수 있음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이를 두고 2월 25일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자문위원은 “평양에서 출발하는 열차가 베트남까지 연결된다는 이 당연한 사실을 전 세계가 특히 ‘우리’가 목격하면서 통일이 되면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평양을 거쳐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와 연결될 것이라는 두근거림까지” “북측 의전팀의 탁월한 판단과 선택”이라고 하면서 “단지(?) 회담 참석을 위한 이동만으로 메시지를 주었다는 사실이 대단하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철길을 내주고 철통 경비를 동원한 대신 시진핑 주석이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 사업의 실체를 가장 효과적으로 선전하는 효과를 봤다. 아마 중국 국민들도 이번 열차 여정을 통해 일대일로 사업을 명확히 각인했을 것이다. 게다가 김정은 위원장이 거쳐 간 ‘난닝’이란 도시가 있다는 걸 얼마나 알고 있었겠는가.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의 역사, 하노이와 다낭의 차이 등 베트남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널리 회자되면서 세계적인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유치한 것보다 더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처럼 이번 열차 여정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가는 길은 평화와 번영의 길이라는 이미지가 확산되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중국과 북한을 고립시키려 했지만 거꾸로 동아시아 지역이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데 이번 열차 여정이 활력을 주었다.

끝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특출한 정치실력이 과시되었다.

이번 회담 과정에서 처음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서방언론의 즉석 인터뷰가 있었다. 이 인터뷰 장면은 많은 면에서 충격을 주었다.

원래 서방세계에서 정치인의 인터뷰는 그 정치인의 됨됨이, 실력을 해부하는 자리다. 어떤 정치인이든 언론의 혹독한 검증을 거쳐 대중의 선택을 받는다. 따라서 정치인이 언론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스타가 되기도 하고 매장당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인터뷰는 상당히 어려운 관문이었다. 왜냐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으로 서방기자와 인터뷰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매우 긴장된 순간에 예정에 없던 돌발 인터뷰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인터뷰에 대해 대체로 거침없고 솔직하며 노련하였다는 평가다. 한겨레는 2월 28일 보도에서 “예정 없던 즉석 질문에도 흔쾌히 답변”했고 “노련”했다고 분석했다. 3월 1일자 중앙일보는 서방언론인 중 최초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질문을 던졌던 데이비드 나카무라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소감문을 전하며 “기자들의 질문 세례에 거침없이 답했”다고 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의 답변 내용도 완벽했다. 보통 기자들은 정치인들에게 민감하고 난감한 질문을 던져 특종을 따내려고 한다. 실력 없는 정치인은 여기에 말려들어 흥분하거나 말실수를 해 치명타를 입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문서답으로 인터뷰의 주도권을 쥐는 편이다. 이번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도 북미관계 발전 전망을 묻는 기자에게 간단히 답을 하고는 엉뚱하게 묻지도 않은 일본과의 무역 협상 얘기를 한참 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정확히 답하면서도 주동적이고 압도적인 내용으로 기자가 꼬투리를 잡거나 문제시할 수 없게 만들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회담 성과를 낼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 “속단하긴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예단하진 않겠습니다. 그러나 나의 직감으로 보면 좋은 결과가 생길 거라고 믿습니다”라고 답을 했으며, 비핵화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의지가 없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비핵화 과정을 구체적으로 묻자 “그런 얘기를 지금 하고 있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또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특유의 능력이 있음이 드러났다. 28일 오전 단독회담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취할 결심이 돼 있습니까?”라며 공격적인 질문을 하자 갑자기 트럼프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이지 말라. 나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농담으로 던진 말일 수도 있지만 면박을 주는 말 때문에 순간 트럼프 대통령과 기자 사이에 불편한 관계가 조성됐다. 이때 김정은 위원장이 웃으며 “기자들이 매우 궁금해 하는 것 같다”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었다. 상대를 배려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드는 대단한 친화력이다. 사람관계는 화목해야 한다는 천품이 순간적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수행원이라도 되는 양 갑자기 지켜주려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은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거부하고 내치지도 않았다. 자연스럽게 직접 해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의지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서방기자와의 첫 대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거침없고 대단히 차원이 높고 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사람관계를 화목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게 체질화된, 어찌 보면 ‘위인’다운 그런 풍모를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다.

(3) 북한 신년사 실현의 계기

북한은 올해 신년사 대외정책 부분에서 첫째로 사회주의 나라들 사이의 관계 강화를 꼽았고, 둘째로 우호적인 나라들과의 관계 발전을, 셋째로 미국과의 관계 문제를 꼽았다. 북한에게 대외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주의 국가들 사이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며 북미관계는 가장 후순위인 셈이다.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의 전 과정에서도 이것을 그대로 실현하는 것 같다.

회담의 일정을 보면 중국을 거쳐 베트남을 들어갔는데 철길을 내준 중국과 단결, 협조를 하였고 베트남을 방문해 관계를 강화하였다. 돌아가는 길에도 중국을 거치므로 북중 접촉이 있을 수 있다. 북한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중국, 베트남과 관계를 강화하는 성과를 냈다.

한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나자 여러 나라가 미국을 비판했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28일(현지시각)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흥정에 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면서 미국을 비판했다. 독일의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미국 측의 요구가 높았다고 가정할 수 있다”고 하였고 쥐트도이체차이퉁은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적으로 예측할 수 없고 타당해 보이지 않은 변덕스러운 결정을 내리는 데 대해 비판받아야 한다”며 대체로 미국의 책임이 크다고 평가했다. 가와사키 아키라 핵무기폐기국제운동 국제운영위원회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핵협정들을 띄우기 보다는 이들 협정을 파괴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이 놀랍지 않다”며 미국을 지적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합의 없이 회담이 끝난 것에 대한 책임소재를 미국에서 찾았으며 이런 기류는 국제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북한과 여러 우호적인 나라들과의 관계도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자신의 신년사에서 밝힌 대외정책대로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지형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3. 전망

미국은 북한에게서 영변핵폐기를 얻어내지 못했고 추가적인 핵폐기는 0.001mm도 전진하지 못했다. 미국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들의 최종적이며 가장 중요한 목표인 북한 비핵화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의 기자회견 내용처럼 합의 없이 끝난 이번 회담이 앞으로 북한 비핵화의 길이 영영 봉쇄되는 계기로 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미국의 대북제재를 해제시키지 못했다. 만약 대북제재로 북한의 경제총집중노선과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후퇴한다면 상당히 난처하게 되고 대북제재의 위력도 확인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북한은 계속 제재를 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과거 ‘사회주의 부흥’을 이룬 적이 있고, 지금도 극도로 어려웠던 ‘고난의 행군’을 이겨내고 사회주의 상승기를 달리고 있다. 이는 누구나 인정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북한,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과의 관계가 현재에 비해 앞으로 더 나아질 뿐 후퇴할 근거는 없다. 현재도 전진하고 있다.

그간의 제재 속에서도 자력갱생을 기초로 발전해온 북한 내부의 동력, 대외관계도 좋아질 것이 확실한 외부 환경을 놓고 볼 때 앞으로 미국이 대북제재를 계속 하더라도 북한은 사회주의 발전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 예측이다. 미국의 제재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 드러나고 오히려 이번에 확연히 드러난 북한-중국-인도차이나반도를 잇는 평화와 번영의 철길이 상징하는 동아시아 발전 기회에 미국이 배제되는 역효과만 떠안게 됐다.

미국의 뜻대로 북한이 경제적으로 고통 받고 결국 핵포기의 길로 갈지, 아니면 북한의 뜻대로 핵보유국으로서 국제적, 전략적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자체 사회주의 발전을 이루며 동아시아 공동 번영을 이끌지, 앞으로 과연 둘 중 어느 길로 상황이 흐를지 전망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다.

※이 글은 주권연구소와 자주시보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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