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유엔사 그리고 일본의 ‘유엔사 후방기지’

한반도 평화통일 가로막는 유엔사 후방기지란?

가운데에 선 빈센트 브룩스 전 유엔사령관 겸 한미연합사사령관 주위에 펼쳐진 유엔기와 일장기의 모습이 선명하다. 2018년 2월 1일 유엔사 후방기지 사령관이 마이클 잰슨 호주 공군대령(오른쪽)에서 애덤 윌리엄스 호주 공군대령(왼쪽)으로 교대되는 장면. 유엔사가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지배하는 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 주일미군사령부(U.S. Forces Japan) 공식 트위터

 

평택 험프리스 미8군사령부, 주한미군 기지 내부에는 유엔군사령부(UNC) 건물이 있다. 한미연합사령관을 겸하는 유엔사령관의 본진이 한국에 있는 것.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일본 7군데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로 전쟁 발발 시 병력-전쟁 지원을 담당한다. 주한미군·주일미군·한국군·일본군 등을 거느리는 유엔사 후방기지의 존재는 평화협정 체결을 방해하는 가장 큰 방해요소다.

 

우선 주일미군 기지이자 유엔사 후방기지 중 한 곳인 요코타(橫田) 공군기지의 모습을 살펴보자.

 

“69년 전에 발발해 지금껏 끝나지 않은 전쟁이 있다. 토쿄 요코타 기지, 여기에서 지금도 경계태세가 계속되고 있다. 상주하고 있는 것은 조선전쟁에 참전한 유엔군 각국들 장성 등. 1950년에 시작된 전쟁은 지금도 휴전상태이기 때문에 (한)반도의 유사시(전쟁상황)를 계속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NHK스페셜> ‘한국전쟁 비록 알려지지 않은 권력자들의 공방’ 도입부 내레이션 중에서

요코타 기지 내부에서 미 공군(U.S. AIR FORCE)기 주변을 오가는 일본인들의 모습. ⓒ 위키피디아 일본어판

2월 3일 일본 공영방송 NHK는 <한국전쟁 비록 알려지지 않은 권력자들의 공방>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첫 장면부터 유엔사 후방기지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카메라는 오스트레일리아군, 캐나다군을 비추고 마지막으로 미군을 비추는데 유엔군이 사실상 ‘미군의 단독 부대’라는 비판을 인식한 의도적 연출로 보였다. 그동안 미국인 장성이 사령관과 부사령관을 도맡던 유엔사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캐나다 출신 웨인 에어 중장을 부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이어 연말에는 후방기지 내부도 최초로 공개했다.

 

이런 움직임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뒤 가속화되고 있는 미국의 초조한 모습이다. 배경에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자칫하면 미군을 빼야한다는 미국의 ‘우려’가 자리한다. 북미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70년 넘는 세월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군사훈련을 벌여온 미군의 존재 근거가 사라진다. 적대국이었던 북미 양국이 국교와 평화체제 구축을 수립하고 상호불가침을 선언하면 ‘북한 점령’을 겨눈 미국 주도의 막대한 군사력은 평화의 방해꾼일 뿐이다.

 

하지만 명목상 ‘유엔(UN)’이라는 국제기구의 탈을 쓴 유엔사라면, 어쩌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호주, 캐나다 등 미국의 편을 들어 한국전쟁에 참전한 나머지 국가들(15개국)을 앞세워 유엔군이 다국적군이라는 점을 홍보한다면,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유엔사를 ‘평화유지’라는 구실로 계속 주둔시켜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군사적 패권을 유지하겠다는 미국 군산복합체의 속셈이 엿보인다.

 

위 방송에서 애덤 윌리엄스 기지 사령관은 “한반도의 정세는 세계의 안전을 계속 위협하고 있다. 우리 유엔군은 어떠한 사태에도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북미 간 담판이 한창 이어지는 와중에 전쟁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으로 무르익은 평화에 별안간 찬물을 끼얹는 유엔사의 대응법이다.

 

이처럼 유엔사는 평화가 아닌, 전쟁을 위한 기구다. 무엇보다 유엔사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와 함께 37만5000명이 넘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핵잠수함 등 전략무기를 한꺼번에 지휘-통솔해 언제든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세계 최대의 군사조직이다.

 

후방기지 활용한 미국의 무력도발

 

이 중요한 2차 북미정상회담 국면, 유엔사 후방기지를 활용한 미국의 군사행동이 도를 넘고 있다. 지난 2월 15일부터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소재 유엔사 후방기지에서 출발한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 7함대의 기함 1만9,600t급 ‘블루리지’가 부산항에 들어온 것이다. 유엔사가 “한반도의 유사시(전쟁)를 대비하는 미국의 군사조직”으로 기능하고 있는 점에서 협상 상대국인 북한에 대한 위협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무력도발이다.

2018년 2월 8일 요코타 기지를 방문한 마이크 팬스 미 부통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일미군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 주일미군사령부 (U.S. Forces Japan) 공식 트위터

앞서 2월 13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각 조항마다 전진이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하던 미국이 기존의 입장을 선회해 북한이 주장하는 동시·단계 접근법을 수용한 것이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합의된 조항은 4개로 구성되어 있다. 순서대로 1.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2. 항구적 평화정착, 3.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 4. 미군 유해 발굴이다.

 

양국이 도출한 성명인 만큼 2항의 항구적 평화정착과 3항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은 당연히 북한만이 아니라, 미국에도 해당된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이 들여온 블루리지는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비롯한 핵잠수함 10여척, 이지스 구축함, 순양함 20여척, 항공기 300여대를 통솔하는 ‘바다의 사령탑’이다.

 

뿐만 아니라 한미 당국은 하노이 북미회담 직후인 3월 4일부터 5일까지 1차 키리졸브 합동훈련을, 14일부터 5일까지 2차 훈련을 실시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유엔사의 가면을 쓴 미 군부가 북한의 전격적인 조치와 완전히 정반대로 블루리지를 통해 ‘공격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북미회담을 맞아 한반도 최남단에서 평양을 겨누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강조했듯 북한은 지난해 북미대화가 재개된 이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을 비롯해 일체의 군사행동을 중단했다. 그런데 미국은 성실히 합의를 이행하는 북한과 정반대로 유엔사 후방기지를 발판삼아 군사위기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2월 25일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평화흐름을 저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신문은 “전술기함 지휘본부, 합동작전본부, 합동정보본부, 상륙군 작전지휘소를 갖추고 있는 대형함선인 ‘블루리지’호가 ‘교류협력과 우호증진’을 위해 남조선에 들어왔다고 믿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앞에서는 정세완화와 평화에 대해 떠들고 돌아 앉아서는 전쟁장비들을 끌어들이면서 합동군사연습을 재개하려 하는 것은 내외의 우려를 자아낸다”면서 “위험한 군사적 움직임이 초래할 후과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분별 있게 처신해야 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미국에 대한 북한의 지적은 시의적절하고 당연하다. 미 군부가 북미회담을 앞두고 유엔사 후방기지를 활용해 북한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반평화적’ 태도를 나타낸 데 대한 정당한 대응인 것이다. “평화를 기대한다”는 트럼프와 폼페이오의 말과 달리 평화의 판을 흔들려는 미 군부의 수법이 뻔히 보이는데 잠자코 있을 주권국가는 없다.

 

종전 넘어 평화협정 체결 위한 단 하나의 길

주일미군사령부(USFJ)와 일본 자위대(JSDF)가 후지산을 배경으로 손을 맞잡고 있다. ⓒ 위키피디아 영어판

“유엔사는 확고하고 항구적인 평화 체제가 정착될 때까지 지속적인 지원 역할을 할 것이다.” -2019년 2월 7일, 웨인 에어 유엔사 부사령관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 에서

 

평화를 원하는 것인지 전쟁을 원하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는 미국의 ‘오락가락’ 행보는 현재진행형이다. 바로 앞에서 언급했든 에어 부사령관은 ‘유엔사 해체’를 암시하면서도 “유엔사는 정전협정 집행과 남북 대화 촉진, 한국 평화와 안정을 위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최적화된 단독 사령부로서 진화하고 있다”며 유엔사를 용인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12일(미국 현지 시각) 유엔사령관을 겸직하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도 “모든 당사자 사이에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는 그렇다”며 사실상 주한미군 철수를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가, 파장이 커지자 “주한미군은 종전선언·평화협정과 무관”하다며 본인의 발언을 철회했다.

 

미국의 행보는 향후 최종국면인 평화협정 체결을 앞둔 미국의 수세적인 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한반도의 평화번영통일 분위기에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구실로 일본에 공격거점·방어선처럼 세워둔 보루, 유엔사의 존폐여부가 경각에 달린 셈이다.

 

일본에는 앞서 언급한 요코타와 요코스카 기지를 비롯해 사세보(佐世保) 해군기지, 자마(座間) 육군기지, 카데나(嘉手納) 공군기지, 후텐마(普天間) 해병기지, 화이트비치 해군기지가 토쿄부터 남쪽의 오키나와까지 유엔사 후방기지가 줄지어 있다. 미 전투기가 세계를 일주하는 데는 후텐마 기지 기준으로 12시간 남짓 걸린다. 한반도는 그야말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다.

 

애초 북한과의 전쟁 대비-휴전의 ‘현상 유지’를 목적으로 설립된 유엔사는 정전협정 종식·평화협정 체결과 함께 해체될 수밖에 없다. 유엔사 해체는 70여년 간 분단된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군사적 지위를 구축해온 ‘미국 패권의 몰락’을 의미한다. 따라서 유엔사 사령관과 부사령관의 엇갈리는 언급에는 어떻게든 유엔군을 주둔시키기 위해 구실을 찾는 미국의 ‘속셈’이 반영되어있다고 봐야한다.

 

이미 북한은 해외 언론을 초청한 자리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도 중단하는 등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 이제 미국의 전향적인 태도변화가 남았다.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조치에 맞먹는 상응조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유엔사 관련 논의가 빠질 수 없는 상황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협상특별대표는 하노이 정상회담의 의제가 “12개 이상”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유엔사와 주한미군의 지위와 관련한 직간접적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2017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가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담판에 끌려나온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지난 북미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 종전선언을 ‘구두 약속’했다가 뒤집어버린 사례만 봐도 그 앞날을 쉬이 예측할 수는 없다.

 

더구나 유엔사는 2017년부터 인도·태평양전략을 내세운 미국 군사전략·군산복합체의 핵심이다. 또한 미국은 유엔사를 대리로 세워 일본정부와 지위협정(SOFA)를 맺었고 유엔사 후방기지 사령관은 “전적인 재량을 갖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심하게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 상당한 노력과 품이 절실하듯, 유엔사 지위에 관한 미국과 일본 간 얽힌 법적인 문제를 최종적으로 매듭짓기 위해서는 양국 간 후속협의가 뒤따라야 한다.

 

아울러 현재, 평택의 유엔사는 전쟁 발발 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한국군과 자위대를 하나로 묶어 미국 휘하의 ‘단일군’으로 편성하는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한국을 도발하며 평화를 깨는 자위대와 한 편이 되는 이런 소름끼치는 모순을 하루빨리 해소해야한다. 그러자면 후방기지를 비롯한 유엔사의 완전한 해체가 선행되어야 한다.

 

2차 북미회담과 유엔사 해체 이후

유엔사 휘장. 유엔 없는 유엔사, 미국은 유엔의 권위를 빌려 유엔사를 지배하고 있다. ⓒ 인터넷

1994년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은 북한 외무상에 “안전보장이사회는 통합 사령부를 설립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할 것을 권고했고, 그렇기에 통합 사령부의 해산 명령은 유엔이 아닌 미국의 권한 하에 있다”고 밝혔다. 그 후 25년이 지났지만 유엔의 탈을 뒤집어쓴 ‘가짜 유엔군’ 미국이 지배하는 유엔사는 아직도 건재하다.

 

북한을 비롯해 한국전쟁 관련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사가 한반도의 평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공고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미 2차 북미회담에서 종전·평화선언, 올해 중 남북미중 4자 간 평화협정 체결이 관측되고 있는 상황.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전쟁위기와 분란을 조장하는 유엔사의 ‘마지막 임무’인 해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유엔사가 쥔 전쟁과 무력의 바통은 ‘번영과 평화의 바통’으로 교체되어 우리민족에게로 넘어올 전망이다. 우선 그리 머지않은 날 미국이 유엔사의 이름으로 관할해오던 DMZ(비무장지대)가 우리민족이 함께 일구는 새 시대의 평화통일터전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평화협정 체결 이후부터는 러시아와 일본 등 관련국을 더해, 한반도를 확고부동한 평화번영통일의 지대로 탈바꿈하기 위한 다자간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그를 위해선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단단한 발판이 되어야 한다. 북미 간 세기적인 ‘하노이 공동성명’을 계기로 시대흐름을 역행하는 유엔사에 종지부를 찍고 이 땅의 항구적 평화체제와 통일시대의 서막이 오르길 소망한다.

=관련 기사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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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는 미국이다] ① 남북관계 훼방 놓는 유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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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는 미국이다] ② 주권을 침해하는 유엔사의 위험천만한 권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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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 해체해야 할 역사1 ‘유엔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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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는 미국이다] ③ 한미안보협의회를 통해 엿보는 미국의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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