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만술 ‘선 비핵화 후 상응조치’

미국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비핵화 조치를 할 것을 연일 주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0일 대북 제재 해제에 대해 “가능했으면 좋겠다”면서도 “그러기 위해서는 저쪽(북한)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라고 전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월 13일 “(북한을) 신뢰하지만 (비핵화를)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같이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해야 댓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북한이 비핵화만 하면 대북 제재도 해제하고 경제 지원도 한다며 “엄청난 ‘경제 대국’으로 만들 기회가 있다”, “경제 로켓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이 비핵화만 하면 미국은 무엇이라도 해주겠다는 기세다.

그러나 미국의 주장에는 큰 문제가 있다. 미국은 비핵화만 하면 북한에 무엇이든 다 해줄 것처럼 말하지만, 정작 사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기 전부터 적대정책을 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의 목표는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 붕괴’

북한은 애초에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았다. 북한은 2005년에야 핵보유선언을 했고 2006년에 핵시험을 통해 처음으로 증명됐다. 그러나 미국은 핵보유 전부터 대북 제제 등을 해왔다.

대북제재를 보자면 시작은 1950년이었다. 미국의 첫 대북제재는 적성국교역법을 적용하면서 시작됐다. 정전협정을 맺으며 전쟁이 끝난 뒤에도 적성국교역법은 멈추지 않았다. 대북제재는 북한 핵개발과 관련이 없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만 하면 대북 제재를 풀겠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북한이 핵 개발을 하기 전에는 왜 대북 제재를 했단 말인가?

미국이 대북 제재를 한 목적은 ‘핵’이 아니었다. 미국이 대북 제재를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이는 북한과 미국이 1994년에 맺은 제네바 합의에서 잘 드러난다.

당시 미국은 북한에 핵무기 원료를 얻을 수 있는 영변발전소를 해체하길 바랐다. 그 결과 북한과 미국은 제네바합의에서 북한이 영변발전소를 해체하는 대신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막기 위해서 무역 및 투자 제한을 완화하고 북한에 핵무기를 사용하지도 핵무기로 위협하지도 않겠다고 약속했다.

1994년 제네바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요구사항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수단도 없애기로 했다. 북한도 미국의 핵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고 제재에서도 벗어나게 되니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제네바합의를 지키지 않았다. 대신 북한에 대한 적대행위를 이전보다 강화했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도 강화했고, 북한을 위협하는 군사 적대 행동도 계속했다. 북한은 항의했지만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은 왜 제네바 합의를 지키지 않았을까? 북한의 비핵화를 바랐던 것이 아니었던가? 미국은 오늘날 북한 비핵화를 말하지만 정작 북한이 핵을 포기했을 때에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당시 미국이 바랐던 것은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붕괴’였다. 미국이 제네바합의를 지키지 않은 이유는 북한이 늦어도 3년 안에 망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을 붕괴시키기 위해 대북제재와 군사위협을 강화했다.

이렇게 미국은 자신의 관심사가 북한의 비핵화나 평화가 아니라 북한의 붕괴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런 일은 이후로도 반복되었다. 미국은 2000년에 북한과 합의한 북미공동코뮤니케도 파기했다.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과 합의했지만 새로 취임한 조지 부시 대통령이 합의를 뒤집었다.

그러니 북한이 “비핵화만 하면” 요구사항을 들어주겠다는 트럼프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북한이 보기에 트럼프의 주장은 부당하고 일방적인 강요로만 들릴 것이다.

트럼프 자신도 2017년에 ‘전쟁으로 사람이 죽어도 한반도에서 죽는다’며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발언했다. 2017년 유엔총회에서는 “북한 완전 파괴”를 말했는데 이는 ‘북한 정권 붕괴’을 뛰어넘는 강경 발언이다. 불과 1년 반 전의 일이다. 트럼프 정부도 미국 이전 정부들과 다를 것이 없다.

미국은 비핵화에 ‘진정성’이 있나

이런 역사를 돌이켜 봤을 때 북미 사이에서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미국이 북한 붕괴 시도를 멈추는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계속 북한을 붕괴시키려고 한다면 대화 자체가 오래 유지될 수 없다. 물론, 미국도 북한에 ‘정말 비핵화 할 생각이 있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결국, 북미 대화가 성공하기 위한 관건은 기존의 적대적이었던 북미 관계에서 어떻게 벗어나느냐에 달려있다.

북한과 미국은 이를 인정했다. 북한과 미국은 2018년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한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상호 신뢰구축이 한반도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제1항으로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하자고 발표했다.

북한은 싱가포르 공동성명대로 적대 관계를 청산할 의지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는 조미 두 나라 사이의 불미스러운 과거사를 계속 고집하며 떠안고 갈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작년 북한이 비핵화 선제 조치를 한 것도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적대감이 깊으면 누가 어떤 조치를 먼저 하느냐 같은 것부터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이에 북한은 북미대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아예 먼저 선제 조치를 한 것이다.

이는 노동신문이 10월 4일 보도에서 “조선(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확고부동”하다며 “우리의 주동적이며 선제적인 조치는 조선(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대한 우리의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보도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앞으로도 비핵화 조치를 계속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남북이 발표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추가조치를 하였고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표명했다.

그런데도 미국은 상응조치를 하여 북한의 추가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낼 대신 북한 비핵화 뒤에야 상응조치를 할 수 있다고 거듭 주장한다. 미국은 북한을 핵선제타격하는 한미합동군사훈련도 계속하고 있고 대북 제재도 지속하고 있다. 아직 미국의 목표는 ‘북한 붕괴’라고 대놓고 드러내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18년 12월 20일, 북한이 대북제재 해제를 미국에 요구하는 이유로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진정성을 판별하는 시금석이기 때문에 문제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 제재 해제는 미국이 북한과 적대 관계를 끝내려 하는 지, 아니면 여전히 미국의 목표가 북한 붕괴인지 판단하는 잣대라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에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을 이야기 하니 이쯤 되면 비핵화를 바라는 건 미국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이라고도 생각이 들 정도이다.

‘비핵화만 하면’이 아니라 ‘비핵화를 위해’

애초에 미국이 북한이 ‘비핵화만 하면’ 상응조치를 하겠다고 말하는 것부터 모순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의 요구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미국은 북한에 ‘비핵화만 하면’ 무엇을 하겠다는 말 대신 ‘비핵화를 위해’ 북한과 미국이 서로 어떻게 할 것인지 제안해야 한다.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모두 비핵화 후에 하겠다고 미루고 있다.

미국의 대북 제재는 미국 정부의 ‘행정 명령’이다. 트럼프가 명령하기만 하면 언제든 해제할 수 있다. 심지어 나중에 언제든 재개할 수도 있다. 북한이 핵시험장을 폭파하거나 동창이 엔진시험장을 해체하는 것은 비가역적인 조치인 것에 비하면 미국이 해야할 일은 별로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한미합동군사훈련도 중지해야 한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은 북한을 핵 선제공격하겠다는 작전계획 5015를 연습하는 내용이다. 한쪽에서는 정상회담을 하고 한쪽에서는 핵선제공격 연습을 하니 북한이 추가 비핵화 조치를 할 수 있겠는가 없겠는가.

결국, 북미정상회담의 성패는 결국 북한과 미국이 적대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에 달려있다. 북한은 의지를 여러 차례 보였다.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에 진정성이 있는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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