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담금 협상 결렬…’한미동맹 갑작스런 끝’ 오나

1945년 해방 이후 정치·경제·군사·학계 등 사회 전반이 미국의 강력한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받는 한국. 새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2차 북미정상회담 등 굵직한 분수령을 앞두고 ‘미국바라기’의 끝이 머지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한미 간 제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이 분위기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인식이 미국 내부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4일(현지시간)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 연구원은 의회 전문지 더 힐 기고문에서 “트럼프가 (방위비협상에서) 인상의 100% 미만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불분명하다”면서 “만약 그렇지 않다면 곧 미군이 한반도에서 떠날 것이고 그것은 한미 전략적 동맹의 비극적이고 갑작스런 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미 외교 전문지 디플로매트도 “(2013년 협상 등)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시한을 넘긴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엔 여러 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한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분담금 증액을 거부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에서 일방적으로 주한미군 감축을 선언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표면상으로, 이번 ‘사태’의 발단은 언뜻 한국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2배 인상 요구에서 촉발된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 개인’에게 책임을 따져 물은 위 두 기사의 논조가 일치하고 다수의 한국 언론도 이 같은 논조를 그대로 인용해 보도를 내놓고 있다.

그런데 미 정계 인사들이 자주 찾는 두 신문이 같은 날, 같은 논조의 글을 낸 것이 과연 우연일까. 이 같은 분위기가 작년 연말 시리아 미군 철수 등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겪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사퇴 이후에 확산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매티스는 ‘미국의 전통적 가치’를 대표하는 보수주의자다.

심지어 매티스는 고별사에서 “우리 부서(국방부)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직원들에게 “국가에 대한 믿음을 지키고 적들에 맞서 동맹국들과 굳건한 관계를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 트럼프에 반기를 들고 미군 철수에 대한 반대의사를 명확히 밝힌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잇따르고 있는 관련 보도에서 매티스의 이름이 직접 거론되지는 않지만 매티스의 고별사와 인식은 대동소이하다. 즉, 미국이 각 지역마다 군사를 주둔시켜 패권을 유지하고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이식하는 기존의 ‘전통적 정책’을 유지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은 세계인들에게 더 이상 초강대국답지 않은 모습을 연거푸 보여줬다.

대표적으로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중미무역전쟁, 시리아내전 ‘발 빼기’, 이란 핵 합의 파기에 대한 유럽의 반발,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등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연말에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경찰을 그만 두겠다”는 발언은 미국의 패권(힘)이 예전만 못한 현실을 인정하고 궤도를 수정하겠다는 사실상의 양심고백이었다.

현재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의 유지 여부를 두고 나오는 우려에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미 주류세력의 위기의식이 짙게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세계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미국의 강대함은 계속되어야만 해’라는 초조함이 배어있는 것이다.

그러니 한국에서도 ‘지금껏 가보지 못한 길’을 최우선해 적극 살피고 모색해야 한다. 아무런 대비도 없이 미국 내부의 우려대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가 합의된다면 그 때는 어쩔 텐가.

미국의 일방주의가 힘을 잃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 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 한반도의 분단을 조장한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통일조국을 그릴 때가 된 것이다.

때마침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새해 신년사를 통해 “(남북은) 평화적 통일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며, 그 실현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하다고 비판받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비롯한 미국의 부당한 내정간섭을 치워야 한다.

지난 9월 남북 정상은 평양공동선언에서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남북관계를 민족적 화해와 협력, 확고한 평화와공동번영을 위해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며 “현재의 남북관계 발전을 통일로 이어갈 것을 바라는 온 겨레의 지향과 여망을 정책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이 민족사적 선언을 실제로 이행하려면 한미워킹그룹 등으로 사사건건 훼방 놓는 미국의 간섭을 말끔히 걷어내야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남북이 통일 문제를 논의하는데 미국이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감 놔라 배 놔라’하는 장면을, 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해 촛불항쟁으로 박근혜를 몰아낸 한국 국민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주한미군과 한미동맹 없는 한국, ‘미국바라기’를 끊어낸 한반도가 정말 현실화될 수 있을까. 바야흐로 이를 둘러싼 본격적 논의의 장이 열렸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물론 앞으로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는 미국과 한미동맹을 신주단지처럼 받들어 모시는 분단 적폐세력 ‘버티기’도 여전하다. 하지만 그에 따라 새 시대의 흐름을 제시하는 진보진영의 활동도 여론의 큰 반향을 얻고 있다.

1월 22일 민중당은 ‘주둔비 두 배 올려달라는 미국, 날강도가 따로 없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미국이 작년의 두 배인 1조 8천억 원이나 내라고 강박하는 데는 핵추진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 전개비용까지 우리에게 부담시키려는 의도가 담겨있다”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대폭 삭감해도 부족할 판에 두 배 증액이라니 가당치도 않다”며 “남북 사이에 군사분야 합의서를 이행하고 있는 마당에 더 이상 우리의 안보를 주한미군에 맡길 이유도 없다”고 신랄하게 지적했다.

위 논평은 “미국은 날강도 짓 그만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준비나 하라”는 미국을 향한 날카로운 ‘경고’로 마무리된다.

뿐만 아니라 1월 29일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미국이 요구하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우리 노동자들이 목숨을 담보로 번 돈을 내놓으라는 협박이고 강탈”이며 “방위비 분담금은 대폭 증액이 아니라 대폭 삭감되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미국이 올해 요구하는 액수는 자그마치 12억 달러(1조 1566억원)다. 이도 모자라 1년마다 협상을 하자며 매년 인상을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1월 2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노종면의 더뉴스’ 의뢰로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분담금을 인상할 바에야 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응답이 52%에 달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까워지는 희망어린 정세 속. ‘미국에 당당히 할 말은 하자’는 국민의 명확한 여론이다. 미군이 떠나면 막대한 분담금은 ‘헬조선’ 탈출을 위한 복지재원 확보 또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종잣돈으로 아낌없이 활용될 수 있다.

이처럼 새해 벽두부터 ‘한반도의 주인인 우리가 능동적으로 정세를 주도하자는’ 기세가 전국 곳곳에서 끓어오르고 있다. 분단 이후 가장 결정적인 분기점을 맞은 우리 민족의 주체적·자주적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힘차게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남북이 함께 전쟁의 장막을 활짝 걷어내 지금껏 없던 새 길을 개척하자는 흐름은 2차 북미정상회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계기로 더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미군 없는 한반도를 상상하자’는 여론은 이 시대의 당연한 정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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