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 미국은 ‘장소’보다 ‘성적표’에 신경 써야

북한 신년사 발표, 기대감 속 감지되는 미국의 미묘한 ‘변화’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대통령과 마주않을 준비가 되여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것입니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 2019년 신년사 중에서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하였다. 트럼프는 1월 2일 육중한 자기 체구에는 걸맞지 않게 친서에 화색을 보이며 기뻐했다. 기자들 앞에서 친서를 꺼내 흔들어보이기까지 했다.

미국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두고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장소’인 듯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6일, “북한과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를 협상하고 있다”며 “개최장소가 머지않아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CNN은 1월 3일,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하와이, 몽골 및 비무장지대(DMZ)가 유력 후보지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미국에 대한 보도에서 눈에 띄는 것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받고 난 뒤인 1월 3일, “앞으로 짧은 시간 안에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다시 만날 것을 확신한다”며, “(2차 북미정상회담은) 우리를 향해 발사될 핵무기뿐 아니라 핵확산의 위협을 줄여 훨씬 더 안전하고 나은 미국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목표가 ‘한반도 비핵화’에서 ‘미국을 향해 발사될 핵무기’와 ‘핵확산’의 위협을 줄이는 것으로 슬그머니 바뀌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6.12조미공동성명에서 천명한대로 새 세기의 요구에 맞는 두 나라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가려는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의 불변한 립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입니다.”라고 하였는데, 한반도 비핵화를 더 바라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이 된 것 같다.

한반도 비핵화를 변함없이 주장해온 북한

4.27 판문점선언 후인 5월 10일, 조선일보는 권대열 논설위원의 칼럼을 게재했다. 북한은 1956년부터 ‘한반도 비핵화’를 이야기했다는 내용이다. 권대열 위원은 칼럼에서 “1956년 11월 7일 북 최고인민회의는 남한에 보내는 서한을 노동신문에 싣는다. ‘미국의 조선반도 핵무기 반입을 반대한다’는 내용이다.”라고 썼다.

이어, “1959년 ‘핵무기 없는 아시아 평화 지대 창설’을 주장한다. 그 뒤 간헐적으로 거론하다 1976년 비동맹 정상회담에서 ‘조선반도 비핵 지대화’를 제기한다.”, “1980년 고려연방제 실천 조치에 ‘조선반도 비핵·평화 지대’를 넣고, 1981년 동북아 비핵 지대 창설안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명실상부한 제1 반북언론 조선일보의 권대열 논설위원이 정리를 얼마나 잘했던지 계속 인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 권 위원은 “1986년에 ‘한반도 비핵·평화 지대를 위한 남·북·미 3자 회담’을, 1987년에는 남북 10만 미만 병력 감축, 불가침 선언 및 평화협정 추진까지 함께 제안했다.”, “이런 30여 년 주장 끝에 남북은 1991년 비핵화 공동 선언에 합의한다. 볼턴 백악관 보좌관이 “북한에 요구하고 있는 내용의 기초”라고 말한 그 선언이다.”라고 발표했다.

권대열 논설위원의 칼럼에 따르면, 북한은 1950년대 6.25전쟁 직후부터 한반도에서 비핵화를 실현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해온 것이다. 그러고 보면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핵 없는 한반도’,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은 북한이 60년 동안 주장해온 끝에 합의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북한은 ‘전광석화’ 비핵화 조치, 미국은?

물론, 위와 같은 북한의 발언들은 ‘핵 없는’ 북한이 ‘핵 가진’ 미국을 향한 평화공세라고도 볼 수 있다. 핵은 그만큼 강한 절대적인 위력을 가진 궁극의 무기가 아닌가.

그러나 북한은 온갖 제재와 압박 속에서 2006년 첫 핵시험을 단행했다. 북한은 12년 뒤인 2017년에는 ‘국가핵무력’ 완성 선언을 했다. 수소폭탄을 포함한 핵무기를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했으며 미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의 위협에 맞서 자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간난신고 끝에 완성한 핵무력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우리 공화국은 마침내 그 어떤 힘으로도 그 무엇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강력하고 믿음직한 전쟁 억제력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라며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합니다.”라고 하였다.

핵을 보유한 북한은 세계를 위협하거나 패권을 추구하지 않았다. 핵을 갖기 위해 열정적으로 나섰던 것에 비하면 뜻밖에도 곧바로 한국과 미국을 만나 ‘비핵화’를 약속했다. 북한은 최고지도자가 2018년 한 해 동안 정상회담에서만 ‘한반도 비핵화’ 뜻을 밝힌 것이 4.27 판문점, 5.26 판문점, 6월 북중정상회담, 6.12 북미정상회담, 9월 평양정상회담 등에서 수차례에 걸친다.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는 아예 15만 평양 시민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습니다.”라고 연설까지 하였다.

실제로도 북한은 대화를 지속하는 동안 핵시험 및 미사일 발사 시험 유예 약속, 풍계리 핵시험장 공개 폭파, 동창리 미사일엔진시험장 해체를 진행하였다. 또한, 6.12 싱가포르북미공동성명대로 미국인의 유해발굴 및 송환도 진행했다. 남북 간에는 감시초소를 폭파하고 판문점을 비무장화하며,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포문을 폐쇄하는 등의 조치도 이행했다. 북한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조치를 말 그대로 ‘지체없이’ 단행해왔다.

반면, 미국은 한 것이 없다.

미국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무엇을 얘기할 것인가?

미국은 지난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것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미국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 기대를 하면서도 한편 초조한 마음을 갖고 있다.

앞서 소개했듯 폼페이오가 2차 북미정상회담의 목표를 “우리를 향해 발사될 핵무기뿐 아니라 핵확산의 위협을 줄여 훨씬 더 안전하고 나은 미국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한 것은 핵 위협을 줄이는 정도로도 상당한 성과라는 뜻과도 같이 들린다.

그러나 욕심이 너무 큰 것 아닌가 싶다.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를 물색하기에 앞서 북한의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부터 해야할 것이다.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행동에 대해 평가하자면 북한은 100점 만점 합격, 미국은 0점 낙제이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1월 2일, 실마리를 주었다. “미국 대통령이 시대착오적인 제재 만능론과 그 변종인 속도조절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대북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조선신보는 “(미국이) 제 할 바를 다한다면 올해에도 조미관계에서도 획기적인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하였다.

조선중앙통신도 12월 20일 “(대북 제재 해제가) 조선반도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진정성을 판별하는 시금석으로 되기때문에 문제시하는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북한은 제재 해제를 미국의 ‘진정성’ 문제로 보고 있는 듯 하다. 대화와 제재는 병행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도 6.12 싱가포르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대북제재 해제를 약속했다고 여길만한 정황이 있다. 2018년 6월 13일자 노동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사이에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북측이 도발로 간주하는 미국-남조선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며 북한에 대한 안전담보를 제공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관계개선이 진척되는 데 따라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의향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6.12 북미정상회담 직후 “사실 나는 대북 제재를 없애길 고대하고 있다”, “나는 우리 군인을 데려오길 원한다”는 등의 말을 하기도 하였다.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하면서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 해야 가장 자신에게 이익이 될 수 있을 지 고민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자칭 ‘협상의 달인’이라는 트럼프와 별로 쥔 것도 없는 미국이 다급함에 쫓겨 초보자도 하지 않을 잘못된 블러핑(자신의 패가 상대방보다 좋지 않을 때 상대를 기권하게 할 목적으로 거짓으로 하는 전략)을 하다가 패가망신하는 수가 있다.

미국이 살 길을 찾는 방법은 진정성을 가지고 북한과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미국에 대해서도 “쌍방의 노력에 의하여 앞으로 좋은 결과가 꼭 만들어질것이라고 믿고싶습니다”면서 믿음을 나타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은 6.12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을 지키고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공은 미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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