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위협·구조방해…우리 민족 겨눈 일본의 군사도발

연말연시 일본의 도발, 장면 1

2018년 2월 24일, F-35A 전투기 배치식이 열린 현장에서 오노데라 이츠노리(小野寺五典) 당시 방위상이 발언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 공식 페이스북

지난해 연말부터 2019년 새해가 밝은 현재까지 일본의 군사도발이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1일 TV 아사히와 가진 신년인터뷰에서 “화기관제 레이더(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조준)하는 것은 위험한 행위로, (한국군이) 재발방지책을 확실히 해 주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가 새해 벽두부터 한국을 겨냥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지금부터 그 전모를 알아보자.

작년 12월 18일, 일본 방위성은 자위대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1% 이상의 군사비 책정, 항공모함 보유, 스텔스(은폐) 기능을 갖춘 미국산 F35 전투기 도입 등을 기정사실화하는 방위계획 대강(방위대강)을 발표했다. 불과 이틀 뒤인 20일, 이와야 타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은 “한국 해군 구축함(광개토대왕함)이 경계·감시를 수행 중이던 자위대 P-1 초계기를 사격통제 레이더로 조준했다”며 “화기 레이더 조준은 사격 직전에 실시하는 지극히 위험천만한 행위”라는 공식입장을 냈다.

이후 ‘한국군이 자위대를 위협했다’는 방위성의 공식입장이 일본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공영방송 NHK, 극우성향으로 분류되는 산케이신문뿐만 아니라 ‘반아베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토쿄신문을 비롯한 유력 언론은 방위성을 그대로 인용해 ‘한국군이 잘못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마구 쏟아냈다. 결과적으로 방위대강에 대한 비판은 쏙 들어가고 한국에 대한 비난만 연일 부각되면서 ‘자위대가 한국군에 강력대응 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방위대강 발표부터 레이더 논란까지. 연말부터 새해까지 쭉 이어지는 흐름을 보면 일본 정부가 한국군의 잘못이라며 날마다 부추기고 있는 이른바 ‘레이더 논란’은 일본의 재무장을 위한 신호탄으로 봐도 큰 무리가 없다.

평화헌법 상 자위대에는 전수방위(專守防衛·오로지 공격받을 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위력 발동만 가능)라는 철칙이 있다. 하지만 2016년 헌법 해석 변경으로 일본이 손에 넣은 집단적 자위권이라면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미 일본 방위성은 지난 2017년 “북한 미사일을 요격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위권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면 자위대를 동원해 무력행사를 벌여도 좋다는 규칙을 만들어낸 것이다.

따라서 우리 광개토대왕함이 자위대 초계기에 공격용 레이더를 조준했다며 ‘격렬한 항의’에 나선 일본의 대응은 교전을 금지한 평화헌법에도 배치되는 행위가 아니게 된다. 왜냐하면 ‘정당했으니까’ 아베 정권의 논리에 따르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갑툭튀 영상이 증명한 자위대의 심상찮은 비행위협·구조방해

이제부터는 일본 방위성이 지난 연말 ‘한국군이 자위대 초계기에 레이더를 조준했다’며 공개한 영상을 통해 아베 정권의 속심을 살펴보자.

작년 12월 28일 일본 방위성이 한국군이 자위대에 레이더 조준을 한 증거라며 대대적인 사전예고 뒤 공개한 P-1 초계기의 촬영영상은 일본의 거짓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결정적으로, 영상 속 드러나는 대화나 장면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자위대에게는 전혀 위협상황이 아니었음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자위대 초계기가 북한 선박 구조에 나선 광개토대왕함에 일부러 다가가면서 위기상황을 연출했다는 정황도 포착된다.

총 13분 8초인 해당 영상에서는 자위대원들이 광개토대왕함이 북한 선박을 구조하는 상황에 대한 ‘편안한 대화’가 오간다. 이를 통해 한일 양국 간에 위급한 돌발사태가 없었던 상황이 확연히 재현된다.

“좌현에 (북한 선박 구조에 나선 한국군의) 고무보트 2척” “그 사이에 어선 같은 1척(북한 선박)을 확인했다” “특이이상은 없음” “레이더 회전 중” “헬리콥터 격납고 내부에는 눈에 보이는 범위 안에서, 헬리콥터를 확인할 수 없다”

-영상에서 나오는 대화를 우리말로 번역한 내용

자위대 P-1 초계기가 우리 광개토대왕함을 촬영한 영상.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에 가까워졌음을 한 눈에 짐작할 수 있다. 상단에는 “국제법과 국내 관련법령에 규정되어 있는 고도 및 거리 이상으로 비행”이라고 적힌 내용, 하단에는 “헬리콥터는 격납되어 있지 않다”는 자위대 승무원의 발언이 자막으로 적혀 있다. ⓒ 일본 방위성 공식 유튜브 화면 캡처

이처럼 초계기는 북한 선박을 구조하는 광개토대왕함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었다. 선박이 난파된 지점은 한일 중간수역인 대화퇴어장, 즉 공해상이므로 인도주의적 관점으로 일본 자위대가 한국군에 연락을 취해 합동구조에 나섰어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이 초계기는 저공비행하며 광개토대왕함을 500m 거리, 150m 고도로 바짝 따라붙어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사실상 구조를 방해한 것이다.

영상에서는 “이 영상 찍은 뒤 상승해서 전경을 찍을까”라는 대화도 들린다. 상식적으로 다른 나라의 군용기가 구조 활동을 돕지도 않고, 우리 측 군함과 사전에 교신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촬영까지 감행하는 행위는 엄연한 위협이다. 일본이 증거라며 공개한 영상은 정반대로 도발에 나선 것은 한국군이 아니라 자위대라는 사실을 생생하게 증명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영상 부분마다 “국제법과 국내 관련법령에서 규정되어 있는 고도 및 거리 이상에서 비행”이라는 자막이 달려 있다. 초계기의 접근이 민간기의 고도 150m 이하의 비행을 금지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안전협약에 위배되지 않게 비행했으므로 문제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한국 국방부는 군용기는 ICAO 규정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애초 영상의 공개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 당장 공개 여부를 두고 이와야 방위상 등 방위성 내부에서도 반대여론이 있었지만 아베 총리가 공개를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위성 내부에서는 “모두를 (일본 정부의 입장대로) 설득할 수 없는 영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방위성조차도 미심쩍다고 판단한 영상이 총리의 ‘일방적 결단’으로 무리하게 유포된 모양새다.

코이즈미(小泉) 내각 총리비서관 출신인 오노 지로(小野次郎) 전 참의원 의원도 작년 12월 29일 트위터에서 “영상은 우리(일본)의 주장보다도 한국 측의 긴박했던 일촉즉발의 상황을 잘 드러낸다”면서 “북한 선박을 (구조하는) 작전행동 중인 (한국) 군함에 이유도 없이 (자위대가) 접근한 것은 지극히 위험하며 견식이 없다”고 했다. 아베 총리의 입장에선 같은 자민당 소속이던 ‘옛 동지’가 대놓고 등 뒤에 비수를 꽂은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김동엽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관점 자체를 바꿔야 한다. 이 레이더를 발사해서 저쪽에 했느냐, 안 했느냐 문제를 떠나야 한다”며 “이런 일본기의 위협적인 활동 자체가 먼저 문제가 돼야 되고 그것에 관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적국이 아닌 이상 레이더 탐지 경보가 울리면 통상적으로는 그 자리를 피해 교전위협을 벗어나는 것이 관례인데, 자위대는 오히려 한국군에 “락온(Lock on·레이더 등의 자동추적 기능)이 울린 것을 잊지 말라”며 초계기에 대한 한국군의 레이더 탐색을 부추겼다는 심각한 의혹이 가시질 않는다는 얘기다.

한국 국방부는 이미 자위대 초계기가 공격용 레이더 범위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설령, 만에 하나 초계기가 범위에 들어갔다고 한들 북한 선박 구조에 나서기 위한 조치이므로 일본을 향한 공격도발이라고 볼 여지도 없다. 말을 바로하면, 방위성의 반대를 아랑곳 않고 영상 공개를 지시한 아베 총리가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눈 것이다.

한국 때리기여념 없는 일본의 불순한 의도

진실이 어쨌든 간에 아베 정권은 이번 자위대 대응을 빌미로 한국을 ‘위험한 국가’로 인식시키는 쏠쏠한(?) 효과를 거뒀다. 3일 오전 10시 38분, 일본 야후재팬뉴스 웹사이트에 올라온 <한국, ‘반론영상’ 공개 레이더 조사(조준)문제>라는 제목의 지지통신 기사에는 77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일본 네티즌들의 주된 반응은 “어차피 한국군이 공개한다는 영상은 날조한 CG(컴퓨터그래픽) 아냐?” 등으로 일본 정부의 강력한 대처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관련기사가 실린 신문 ⓒ 지지통신 기사 화면 캡처

현재까지 일본 국내에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아베의 염원인 평화헌법 개정 여론은 과반인 50%에 미치지 못한 상황. 이에 아베 총리는 ‘앞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어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를 가리켜 ‘평화헌법 개정여론을 높이려는 일본 정부의 정치적 계산’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아베 정권이 지난 연말 적극 선전에 나선 ‘레이더 논란’으로 새해를 맞아 일가친척들이 한 데 모이는 밥상머리 민심을 통해 30%대까지 급락한 국정지지율을 반등시키고 올해 내 평화헌법 개정을 이루겠다는 천박한 술수라는 비판이 힘을 받고 있다.

종합하면 일본이 우리에게 고의적으로 유발한 군사적 충돌은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정당화시키려는 ‘나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국과 북한을 한데 엮어 ‘믿을 수 없는 위험한 민족’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여론을 선동하려는 것이다.

자위대 초계기의 접근을 정당화하는 관련 댓글 ⓒ 야후재팬뉴스 댓글 화면 캡처

지금은 지난해 북미정상회담으로 미국 일변도의 군사패권이 요동치고 남북이 상생으로 평화통일을 이루려는 전 민족적 열망이 드높아지는 때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우리 민족과는 정반대로 이처럼 격동적인 전환점에서 평화의 판을 뒤흔들고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가 될 명분을 쌓으려는 움직임이 비등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북한이 평화 의지를 거듭 밝히며 군사행동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억지로라도 무력정당화에 불을 지필 구실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견제에 나섰던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도 ‘평화롭게 지내자’로 입장을 선회한 만큼 두 나라를 구실로 삼아 군사행동에 나서기에는 쉽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중국과 러시아와 으르렁대던 아베 정권은 기조를 싹 바꾸었다. 중국과는 국교정상화 40주년을 맞아 활발한 경제협력을 모색했으며 시진핑 주석은 이르면 올해 봄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러시아와는 영토분쟁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쿠릴열도를 둘러싸고 합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여기에 종지부를 찍는 푸틴 대통령과의 평화조약 담판을 염두에 두고 있다.

민족공동대응으로 일본의 도발 차단해야

“도둑이 매를 든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잘한 사람을 나무랄 때 쓰는 말로 과거사 반성 없이 군사력 확대에만 몰두하는 아베 정권을 표현하기에 제 격이다. 우리 민족(한국과 북한)을 ‘위험 국가’로 몰아세우는 아베 정권의 태도는 이미 선을 한참 넘었다.

일본의 군사진출을 위한 발판은 예나 지금이나 ‘만만한 한반도’인 모양이다. 우리 민족은 16세기의 임진왜란과 1910년 경술국치의 치욕을 결코 잊지 않고 있다. 전세계가 남북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주목하는 지금과 옛 시절은 무척 다르다. 하나된 우리 민족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그 때와 지금은 다른 것’이다.

일본 방위성이 작년 12월 28일 공개한 광개토대왕함의 촬영영상이 소개되어 있다. “한국 해군 광개토대왕급 구축함에서 해상자위대 제4항공군 소속 P-1으로 화기관제(공격용)레이더가 조사(조준)된 건에 대해서, 당시 P-1이 촬영한 영상을 공표한다”는 설명이 덧붙여 있다. ⓒ 일본 방위성 공식 페이스북 화면 캡처

특히 한국군이 북한 선박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정식 군대도 아닌 자위대 대원이 스스로를 ‘JAPAN NAVY(일본 해군)’이라고 언급한 상황을 예사롭게 넘겨서는 안 된다. 논란을 의식한 듯 일본 방위성은 공개한 영상 자막에는 ‘해상자위대’라는 일본어 자막설명을 덧붙였지만 그렇다고 평화헌법 개정으로 전쟁 가능한 국가로 나아가고자 하는 아베 정권과 자위대 내부의 속심을 감출 수 없다.

올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비롯한 역사에 획을 그을 남북 간의 만남이 계속될 전망이다. 남북이 이미 일본의 독도 영유권 도발에 대해서도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일치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민족공동방위’ 구상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에도 시기적절하다. 지금이야말로 과거사에 책임을 지지도 않고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는 일본의 길을 확고부동하게 끊어내야 할 때다.

위안부 합의, 징용노동자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등 일제에 책임을 따져 물은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지난 박근혜 정권이 약속한 국가적 합의를 지키지 않는 한국은 국제법을 위반했다”며 적반하장인 일본 정치권의 논리를 반격하는 궁리도 이뤄져야 한다. 이 역시 남북이 함께 민족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일본에 적극 대응한다면 국제사회의 지지를 널리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베 총리는 작년 12월 12일 “(내년은) 큰 전환점을 맞는데, 좋은 해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이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고 부디 ‘좋은 전환점’을 잘 보내길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 민족이 함께 적극 나서 아베 정권에 공동대응을 펼친다면 일본의 우경화를 우려하는 일본 국민들과 동아시아의 민중들에게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일본의 ‘국방비 1% 원칙’이란?

편집자 주 –1976년, 미키 타케오(三木武夫) 당시 총리는 국방비 1% 원칙을 세웠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막으려면 한 해 군비 지출은 GDP(국내총생산)의 1%까지만’이라는 방침을 마련한 것이다. 2010년 딱 한 해를 제외하고 일관되게 유지되어 온 이 원칙을 아베 총리가 깼다. 일본의 군비 지출은 2023년까지 국내총생산의 1.3%로 불어난다. 북한과 중국의 군사위협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 ‘군사대국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은 훨씬 높아질 전망이다. 한편 2018년도 기준 일본 방위비는 5조1911억엔(약 51조8000억원)으로 GDP 대비 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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