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부터 일본까지 ‘대북제재’ 빗장 풀린 국제사회

북한의 적국미국, 첫발 내딛다

최근 미국을 필두로 하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허물어져가고 있다. 북한을 매섭게 겨누던 제재조치가 ‘일시 해제’되면서 바야흐로 대북제재 해제 국면이 열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함께 기치로 든 남북 간의 협력을 거부하기에 좀처럼 명분이 서지 않는 미국의 처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대북제재에 앞장서던 미국이 북미대결이 전개된 이후 사상 처음으로 북한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의미심장하다.

제재의 빗장을 처음으로 푼 것은 오랫동안 북한을 ‘적국’으로 규정했던 미국이다. 그런데 북한과의 전쟁을 불사하던 ‘강경 매파’인 네오콘(Neocon)에서 대북제재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공개표명이 나와 그 의도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6일(현지시간)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의) 성과가 있으면 대북 경제제재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록 ‘비핵화의 성과’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일관되게 한반도에서의 군사, 외교, 정치 등 모든 분야에서의 강경한 대북압박을 강조하던 미 정부 내 대표적인 매파가 입장을 선회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전폭적인 제재 해제 조치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엔과 유럽에서도 제재 해제 릴레이

미국이 강한 입김을 발휘하는 유엔에서도 대북제재 예외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11월 23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718위원회(대북제재위원회)에서는 남북 철도 공동조사에 대한 제재 면제 조치가 미국을 비롯한 15개국의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이에 남북이 9월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동.서해선 철도 연결을 위한 착공식도 연내 무난히 열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공동조사에 대한 제재 면제가 비교적 간소한 서면 절차(written procedure)로 진행된 점은 눈길을 잡아끈다. 적어도 지난날 안보리 회의장에서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러시아와 중국에 각을 세우고 철저한 제재 이행을 강조하던 때와는 다른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향후 안보리에서 착공식을 비롯해 상당량의 물품, 물자 반입이 필수적인 철도공사에 대한 제재 해제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대북제재의 ‘완전 해제’가 머지않았다는 신호가 감지되면서 남북 철도-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높이고 있다.

유럽도 제재해제 대열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한반도 전문가인 라몬 파체코 파르도 영국 킹스칼리지 교수는 11월 23일 “단순 숫자로 말하자면 유럽연합(EU) 회원국의 다수가 (대북)제재 이행에 큰 관심이 없다. 일부 회원국은 북한과 미국 정상이 만나는 마당에 왜 우리가 제재 이행에 힘을 들여야 하는지, 왜 제재를 지속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유럽의 분위기를 전했다.

김일국 체육상 방일 허가한 일본의 변화

그동안 미국과 함께 대북제재 ‘찰떡 공조’를 유지하던 일본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생겼다.

김일국 북한 체육상 겸 북한 IOC(올림픽위원회)위원장이 11월 27일부터 28일까지 토쿄(東京)에서 진행된 각국올림픽위원회연합(ANOC) 총회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 ‘북한 국적 보유자의 입국을 원칙 금지’한다며 강경한 독자제재를 고수하던 일본 정부가 이례적으로 북한 고위급 인사의 방문을 허가한 것이다.

이에 대해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국제스포츠계에서는 국적에 따른 차별은 금지되어 있다는 생각이 침투해 있다”며 “예외적인 특별한 사정으로서 입국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김일국 체육상과 일본 정부 측 관계자와의 접촉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번 한번으로 한정된 조치일 뿐 일본 정부 차원의 대북제재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하지만 교도통신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모색하는 가운데 입국허가는 대화의욕을 보이려는 노림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고 일본 내에서도 이와 동일한 여러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여러 차례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만나겠다”고 언급했고 북일 간 정보당국 간의 극비만남도 드러난 바 있다. 결국 김일국 체육상의 방일이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일본 정부가 추진한 ‘일시적 제재 해제’ 조치로 풀이되는 이유다.

물론 매년 일본 정부가 유엔에서 북한을 대상으로 한 인권결의안 채택을 주도하는 등 대북압박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이 단단하게 걸어 잠그고 있던 독자제재의 빗장을 풀었다는 점은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나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음을 뜻한다.

그런 만큼 세계 곳곳에서 대북제재 해제에 힘이 실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만 잠자코 있는 상황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의 독자적 대북제재인 5.24조치와 개성공단 폐쇄 조치를 여전히 거두지 않고 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UN과 유럽 등을 향해 대북제재 해제 필요성을 호소하고는 있지만 단독제재 해제에도 나서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설득시키겠다는 자세는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실상 ‘사망 판정’을 받은 대북제재, 한국이 적극 행동으로 민족의 상호번영을 가로막는 대북제재를 말끔히 걷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리 지나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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