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를 열다1] 분단체제 뛰어넘은 통일여론

북한 불신의 벽 허문 판문점선언

“지난번에 제가 올라갔을 때 워낙 따뜻한 환대를 받아서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할 때 정말 어디를 가야 될지 조금 걱정이 된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이런 말도 있으니까 원한다면 한라산 구경도 시켜줄 수 있다”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함께 북악산에 오르면서 한 말

2018년도 어느덧 두 달이 남은 가운데 벌써 3번째 남북정상회담을 맞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답방이 성사된다면 올 한해에만 4번의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민족사적 진기록이 수립된다. 바야흐로 분단체제를 뛰어넘은 자주통일의 새 시대가 무르익고 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7월 12일부터 8월 23일까지 실시한 ‘2018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북한 정권’에 대한 신뢰는 전례 없던 수준으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사회를 잠식하던 북한에 대한 불신의 벽이 무너졌다는 평가다.

북한 정권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50%를 돌파했다. 연구소가 조사를 시작한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신뢰가 불신을 뛰어넘은 것이다. 정치성향별로 살펴보면 2014년 이래 진보, 중도, 보수를 불문하고 2~30%선이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진보(60.9%), 중도(55.7%), 보수(40.0%)로 크게 뛰어올랐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건 새 시대의 주역인 20대 청년들의 신뢰의식이다. 지난해 27,6%로 전 세대 중 ‘꼴찌’였던 20대의 신뢰의식은 이번 조사에서 57.3%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는 진보성향이 가장 많은 세대로 분석되는 40대(59.8%)를 바짝 따라붙은 2위다.

20대가 북한을 적대대상으로 보는 인식은 작년 17.4%에서 올해 10.3%로 7.1% 하락했다. 20대의 하락폭은 전 세대 중 가장 높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는 20대가 정상회담을 통해 변화된 대북인식을 서로 공유하면서 크게 변화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같은 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2017년에 비해 5.7% 증가한 59.8%로 나타났다. 가장 높았던 노무현 정부(2007년) 63.8%에 뒤이은 2위다.

그런데 이에 앞서 6월 진행된 또 다른 여론조사결과에서는 ‘평화 공존’에 중점을 둔 채 통일을 지향하지 않는 인식이 감지된 바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월 25일부터 28일까지 조사한 보고서 ‘남북관계 및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를 들여다보자.

보고서에 따르면 ’남북한이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 ’남북한이 한민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하나의 국가를 이룰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각각 53.0%, 50.3%로 과반이었다.

통일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던 여론이 정상회담을 거치며 대대적으로 변화한 사실이 주목된다. 그만큼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이 평양정상회담 당시 우리에게 베푼 환영이 뇌리 깊게 각인됐다는 것. 이를 두고 분단시대를 뛰어넘은 통일여론이라고 평가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평양정상회담이 달군 통일여론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이어진 평양남북정상회담 이후,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김정은 위원장 서울답방을 찬성하는 여론은 8~90%대다. MBC(문화방송)가 회담 직후인 9월 21일 벌인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82.9%가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찬성했다.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에 동의한다는 얘기다.

또 경향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0월 2일부터 4일까지 조사한 결과 답방 찬성의견이 85.6%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반기는 여론이 ‘정상회담 반짝효과’에 따른 일시적 상승이 아님을 눈여겨볼 수 있다.

이는 ‘서울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과 북측 수행단원들에게 환영을 베풀어야 한다는 범국민적 호응에서 비롯된 결과로 풀이된다. 북한을 ‘주적’이 아니라 “함께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이자 같은 민족으로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분위기가 읽힌다.

통일을 기대하는 여론이 부쩍 높아진 사실은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가 비슷한 시기인 9월28일~30일 실시한 조사결과를 살펴보자. 응답자의 78.1%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이 가운데 ‘10년 이내 통일이 가능하다’는 응답은 26.7%에 달했다. ‘20년 이내 통일이 가능하다’는 응답은 19.5%였다.

같은 조사결과에서 75.3%는 향후 남북관계가 좋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북한에 대해서도 58.7%가 협력 내지 지원 대상이라고 했다. 반면 북한이 경계나 적대 대상이라는 응답은 24.5%로 1년 전 48.7%의 절반에 머물렀다.

북한과의 ‘신속한 통일’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우리사회의 여론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대북적대정책으로 거의 10년 동안 얼어붙어 있던 남북관계가 올해 불어온 남북정상회담의 훈풍을 타고 활짝 개였음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

아직까지 분단이 지속되는 현실이지만 여론은 ’통일의 미래‘를 향해 일찌감치 앞서가고 있는 모습이다.

판문점 비무장화분단체제 넘어 통일시대로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한반도 최북단에서 최남단까지 하나로 잇는 ‘백두에서 한라까지’의 통일시대가 빠르게 여물어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이래 남북관계가 이토록 친근했던 적은 또 없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일촉즉발의 전쟁위기에 놓여있던 한반도는 4.27판문점선언-5.26남북정상회담-9월평양공동선언을 디딤돌삼아 평화와 번영, 통일로 질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남북은 평양공동선언 때 체결한 판문점선언 군사부속합의에 따라 10월 25일, 65년 만에 공동관리구역(JSA)의 비무장화를 실현했다. 이르면 올 11월 달 중으로 남·북 판문점구역을 오가는 ‘자유왕래’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남북이 서로를 겨누던 지뢰, 화기, 초소는 판문점에서 깔끔히 철수했다. 앞으로 판문점 안에서의 작은 통일을 한반도 전역의 큰 통일로 전환해야 하는 민족의 과제가 남아있다.

당장 한반도 동서를 가로지르는 ’흉물‘ 248km의 철책(휴전선)은 남아있다. 이 철책을 서둘러 걷어내고 말 뿐인 비무장지대(DMZ)의 진정한 비무장화를 이뤄내야 우리 8천만 겨레가 남북을 불편 없이 오가는 ’진정한 자유왕래‘가 시야에 들어온다.

아직도 분단을 기회로 활용하려는 일부 세력들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답방은 판문점선언의 비준을 방해하는 분단수구적폐잔당을 해체시키는 결정적 열쇠가 될 것이다. 아울러 이 열쇠는 냉전과 분단체제의 빗장을 제거하고 통일시대의 문을 열어젖힐 것이다.

늦봄 문익환 목사는 살아생전 “통일은 다 됐어!”라고 외쳤고 윤민석 작곡가는 1997년 ’가장 늦은 통일을 가장 멋진 통일로‘라는 노래를 지었다. 한반도에 통일의 열매가 주렁주렁 맺힐 날은 정말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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