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는 미국이다] ② 주권을 침해하는 유엔사의 위험천만한 권한들


국방의 의무가 면제된 마을이 있다?

장면 1

지난 10월 4일, 10.4선언 발표 11돌 기념 남북공동행사를 위해 공동대표단이 방북하였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공동대표단은 대북제재 때문에 민간 항공기를 타지 못하고 군 수송기를 타고 가야 했다. 또한, 대표단을 태운 군 수송기는 서울-평양을 곧게 이은 길이 아니라 서울에서 출발하여 ㄷ자 모양으로 서해로 우회하여 평양에 도착하였다. 왜 이들은 서울에서 평양으로 곧장 가지 않고 우회했을까?

서해직항로, 출처 : 서울신문, “특사단, 김정은에 비핵화 의지 받아내 북미대화 접점 찾아야”

장면 2

휴전선 남측 비무장지대에 민간인이 사는 단 하나의 마을이 있다. 바로 ‘대성동 마을’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의 영토에서 살고 있는 대성동 마을 주민들은 1967년까지 투표를 할 수 없었다. 또한, 대성동 주민들은 납세의 의무와 국방의 의무가 면제된다. 대성동 주민들이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인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했고, 현재도 대한민국 국민이 져야할 의무에서 벗어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면 3

우리나라는 판문점선언을 발표하고 불가침합의를 준수하기로 한 지금도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겠다는 ‘참수작전’ 같은 대북선제공격을 작전계획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국제법에서는 모든 선제 공격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참수작전’ 자체가 국제법 위반인 것이다. 그런데 한국군의 ‘참수작전’이 국제사회의 어떤 규탄도 받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 세 가지 장면은 대한민국의 비정상을 보여준다. 이 비정상은 바로 대한민국에 유엔군사령부(이하 유엔사)가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왜 그럴까?

정부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한국 땅이 있다

현재의 휴전선이 만들어지기 이전, 남과 북의 경계선은 38선이었다. 38선과 휴전선은 당연히 같은 위치가 아니다. 6.25 전쟁이 끝난 후 대한민국 영토에는 과거 38선보다는 북쪽인 지역이 생겨났다.

6.25 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38선 이북, 휴전선 이남 지역을 당연히 대한민국 영토라고 여겼다. 그러나 유엔의 판단은 달랐다. 유엔은 1950년 10월 7일, 38선 이북지역에 대한 점령통치권을 유엔군사령관에게 부여한다는 결의를 한 것이다.

38선 이북지역에 대한 점령통치권은 아직도 유엔군사령관에게 있다. 남한 지역임에도 대한민국 정부에 주권이 없는 한반도의 땅, 그곳에 대성동 마을이 있다.

점령권이란 말 그대로 ‘무력이나 조직된 힘을 동원하여 일정한 지역을 차지’할 권한이다. 대성동 마을에 대한 주권은 유엔사에게 있는 것이다.

이 대성동 주민들은 앞서 말했듯 납세와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는다. 대성동 마을에는 유엔사 민정중대가 상주하며 마을의 민정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매일 저녁 7시부터 8시까지 민정중대가 가구별로 인원 점검을 하며, 외부인의 마을 출입은 1주일 전에 신청 후 신원확인을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한다. 언론인 또한 대성동 초등학교 졸업식 행사를 포함하여 1년에 3~4차례만 방문이 허용된다.

정부가 이 마을에 사법권 및 행정권을 행사하고자 할 때는 유엔사의 동의가 필요하다. 주거의 자유 또한 제한되어 1년에 8개월 이상 마을에 거주해야 주민의 자격이 유지된다. 외부인이 마을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경우 마을 남자와 결혼하여야 가능하며 남자의 경우 아들이 없는 집 딸과 결혼하여 데릴사위가 되어야만 가능하다. 여성은 외부인과 결혼할 경우 대성동 마을에 계속 거주할 수가 없다.

6.25 전쟁이 끝난 직후에는 고향이 대성동 마을이었다고 하더라도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당시 마을에 거주하고 있지 않았다면 귀향이 허락되지 않았다. 또한, 1967년까지 투표도 할 수 없었다.

1963년 대한민국 정부는 대성동 마을의 행정권을 이양받기 위해 유엔사령관과 교섭을 했다. 교섭에 나섰던 유엔사령관은 미 행정부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미 국무부의 법적 해석 없이 어떤 것도 결정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미 국무부가 유엔사령관에게 호통을 칠 수 있었던 것은 유엔사가 실상 미국의 군대이기 때문이다. 유엔사령관은 주한미군 사령관이 겸직하도록 되어 있으며 유엔사는 유엔 안보리 등 유엔 의사결정기구가 아닌 미 합참의장이 지휘한다.

우리 정부가 유엔사령관과의 교섭에 실패한 것은 유엔사의 실체가 미국이며 유엔사가 가진 점령권의 존재를 뼈저리게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엔사는 38선 이북 지역에 대한 점령권을 지금껏 변함없이 행사하고 있다. 유엔사가 가진 점령권은 실상 우리에게 치명적이다.

미국은 북한 정부의 붕괴를 노골적으로 획책해왔다. 미국은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며 2000년 초에는 탈북자 황장엽을 중심으로 북한 망명정부를 구성하려는 계획을 세우기도 하였다. 또한, 미국은 북한 붕괴를 대비한 군사 계획으로 ‘작전계획 5029’를 마련해두었다. 그리고 줄곧 북한의 굴복이나 붕괴를 목적으로 강도 높은 대북제재를 지속하고 있다.

만약, 이들의 바람대로 북한 정부가 붕괴하거나 전쟁이 발발하여 북한이 패배한다면 분단이 끝나고 남북통일을 이루게 될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유엔은 50년 10월 7일 결의를 통해 북한 지역에 대한 점령권을 유엔군사령관에게 부여했다. 즉, 북한 붕괴나 전쟁으로 인해 북한을 점령하게 된다면, 유엔사가 관할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 정권 붕괴나 전쟁으로 인한 통일은 그야말로 헛된 공상에 불과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그 결정권은 미국에 있다.

유엔사는 관할권과 점령권을 행사하고 있다

유엔사는 38선 이북지역에 대한 점령권 외에도 군사분계선에 대한 관할권을 가지고 행사하고 있다.

유엔사는 8월 23일 남북 철도 공동 점검을 불허한 바 있다. 또한, 지금까지 남측 사람이 북측을 방문할 때에는 빠짐없이 유엔사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는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차 방북했을 때나 올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유엔사 승인 없이 한국 사람이 북측을 방문하고 처벌을 받지 않은 것은 4.27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깜짝 월경했을 때가 유일하다. 그러고 보면 4.27 문재인 대통령의 깜짝 월경은 대단히 역사적인 사건이었다고 볼 수 있다.

남측에서 북측으로 비행기를 타고 갈 때에도 유엔사가 관할하는 군사분계선을 서해로 피해 돌아간다. 이 지역이 ‘유엔사 규정 95-3’에 의해 통제되기 때문이다. 서해 우회로를 지금 우리는 ‘서해 직항로’라고 부르고 있다.

이 권한으로 남북 사이의 합의에도 번번이 초를 치고 있다. 올 9월 19일 평양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공동선언에서, 남과 북이 평화 실현을 위한 군사적 조치로 비무장지대의 감시초소(GP)를 철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 지명자가 “DMZ는 유엔사 관할이기 때문에 GP 철수는 유엔사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남북의 정치적, 군사적 관계 개선을 가로막을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다.

유엔사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남북관계는 유엔사의 허락 없이는 발전시킬 수 없다.

전쟁 개시 및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권한을 가진 유엔사

유엔사에는 점령권, 관할권 외에도 대한민국에 치명적인 권한을 더 가지고 있다. 그것은 전쟁을 개시할 권리이다.

무력사용의 금지는 국제법의 근본 규칙이다.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예외는 방어를 위한 것과 유엔 헌장 제7조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무력사용을 승인하는 경우뿐이다. 국제법 제51조 3항에서는 국가의 정책수단으로서 전쟁을 금지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5015’를 비롯한 작전계획에서 핵·미사일 발사 징후가 포착되면 30분 안에 타격한다는 ‘킬 체인’ 등의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공식화하고 있다. 공격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북한이 행동하지 않아도 북한을 공격하겠다는 것으로 ‘무력’에 대한 ‘대응’만을 인정하고 있는 국제법에 어긋난다.

이에 대해 사진작가이자 평화운동가인 이시우 작가는 “국제법 위반인 작전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것은 ‘유엔사’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유엔사는 1950년 유엔의 결의를 이미 받아왔고, 6.25 전쟁은 현재 ‘정지’되어 있을 뿐 ‘종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엔사는 전쟁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이미 얻어놓은 상태라는 것이다.

‘유엔사’가 있기 때문에 미국의 작전계획은 전쟁을 금지한 국제법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공공연하게 추진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유엔사는 자위대를 한반도에 출동시킬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전범국가로서 군대를 갖는 것이 금지되어 현재 자위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일본 평화헌법으로 규제되어 있는데, 아베 일본 총리는 자위권을 확대 해석하여 자위대의 활동권한을 넓히고자 노력해왔다.

그중 2014년 일본 총리 자문기구인 ‘안보간담회’는 보고서에서 “한반도 유사시 한국에서 피난하는 일본인 등 민간인을 수송하는 미국 항공기와 선박에 대한 자위대 호위”를 명시하였다. 즉, 자위대가 경우에 따라 한반도에 진출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실제로 일본 자위대 한반도 진출은 일본 평화헌법으로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유엔사령관에게 자위대를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1950년 7월 1일 오카자키 가쓰오 일본 관방장관은 “미군의 출동이 유엔의 경찰조치인 이상 점령군(주일미군)의 명령에 따라 전투행위에 종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이 군국주의를 부활하며 그 명분으로 미국 및 유엔을 들먹인 것이다.

또한, 미국과 일본은 미일안보조약을 통해 자위권 행사를 미국에게 위임하였다. 이어 조약 제6조에서 “일본국의 안전에 기여함과 동시에 극동에 있어서 국제평화 및 안전의 유지에 이바지”한다고 규정했다. 즉, 미국은 극동 지역을 대상으로 한 군사 행동에 자위대를 동원할 권한을 가진 것이다.

유엔사 모자를 쓴 미국의 결정이면 우리 정부의 결정과 국민의 의사는 상관없이 자위대가 한반도에 발을 딛게 된다.

대한민국 주권을 뛰어넘은 유엔사의 권한

종합하면, 유엔사는 한국 주권을 뛰어넘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한반도 일부를 실제로 점령하고 있으며 일부 행정권을 대한민국에 이양한 것뿐이다. 유엔사가 군사분계선에 대한 관할권을 가진 탓에 남북의 자유로운 교류와 접촉에 제약이 있다. 남북 철도 연결은 ‘남’과 ‘북’이 합의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우리 국민인 대성동 주민들을 유엔사가 관리하는 실정이며, 유엔사가 한반도 평화를 깨고 전쟁을 벌일 권한마저 가지고 있다. ‘권한’으로만 보면 유엔사가 한국 국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언제든 전쟁을 일으킨다고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이다. 또한, ‘한반도 유사시’가 되면 한반도에서 욱일기를 단 일본군을 보는 것도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다.

유엔군은 6.25전쟁으로 만들어진 군사조직으로, ‘종전선언’만 되어도 당연히 해체되어야 할 단체이다. 그러나 미국은 유엔사를 통일 이후에도 존속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9월 20일, 평양정상회담 방북보고에서 “종전선언은 전쟁을 끝내고 적대관계를 끝내겠다는 정치적 선언이자 평화협상의 시작으로, 유엔사의 지위나 주한미군 철수 등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 하였다.

또한,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은 2007년 “많은 사람들이 평화협정이 되면 (주한) 유엔사가 자동해체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데, 이는 달리 봐야 한다”며 유엔사가 평화협정 이후에도 존속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대한민국 정부 위에서 영토에 대한 점령권을 갖고 주권마저 행사하는 유엔사를 정말 존속시켜도 좋단 말인가. 유엔사가 있는 한 한반도는 온전한 우리의 땅이 아니다. 유엔사가 우리에게서 빼앗아간 위험한 권한을 다시금 새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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