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토장이 된 유엔총회

“전 세계적 무법 상황의 확산”…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국제법을 준수하라”…로하니 이란 대통령

‘상호주의가 해법’…메르켈 독일 총리

‘보호주의는 자해’…왕이 중국 외교부장

유엔총회 자리에서 미국을 향해 쏟아진 성토의 목소리다.

유엔을 비롯한 각종 국제기구들은 지금껏 미국이 철저히 장악하고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켜왔다. 유엔은 ‘미국의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날 유엔총회 자리는 미국을 비판하는 말들로 가득 메워졌다.

“선출되지도, 신뢰할 수도 없는 국제 관료주의에

미국의 통치권을 맡길 수 없다”

이는 유엔총회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말이다. 유엔을 장악하며 세계 패권을 쥐었던 미국의 대통령 입에서 ‘미국을 신뢰할 수 없는 국제 관료주의에 맡길 수 없다’는 발언이 튀어나왔다는 사실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새삼 충격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유엔총회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 “부를 강탈당해”,
VS 왕이 중 외교부장 “보호무역주의는 자해”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 내내 미국의 이익을 위해 자신이 만들어놓은 국제 질서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태세전환이 가장 두드러진 것은 자유무역주의를 강조하던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면서 중국과 무역전쟁에 나선 일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어떤 국가들은 미국의 산업을 공격하고, 불공정하게 이익을 취득하기 위해 미국의 개방성을 이용하고 있다”며 중국에 날을 세웠다. 심지어 미국이 “부(富)를 강탈”당했고 “더 이상 그런 학대를 참지 않을 것”이라고까지 하며 보호무역주의를 하겠다는 뜻을 강조하였다.

이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8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보호무역주의는 자해에 불과할 뿐”이라며 미국을 비판했다. 그동안 세계 여러 나라에 자유무역을 강요한 것이 바로 미국이었다는 점을 돌이켜보았을 때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심지어 왕이 외교부장은 “가까운 관계가 되고 이해관계가 밀접하게 얽힐수록 여러 의심과 마찰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서로의 차이를 어떻게 보고 평가하고 다루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미국을 타이르다시피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또한 세계주의를 버리고 보호무역주의로 기우는 것은 위험하다며 “상호주의는 세계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미국을 비판했다.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팽창하던 미국이 이제는 너무 폐쇄적이라며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이란 지도부는 죽음, 파괴, 혼란 불러와”
VS 로하니 이란 대통령 “국제법 따라 의무사항 이행하라”

국제 사회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극명하게 보여준 것은 대 중동 정책 분야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란의 지도부는 죽음과 파괴와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 “(이란) 정권을 그대로 보고 있을 수 없다”고 밝히며 오는 11월 5일 “보다 더 강력한 핵 관련 제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유엔총회에 앞서 미국은 2018년 5월 8일 ‘이란 핵합의’를 탈퇴하였다. ‘이란 핵합의’는 2015년 4월 이란이 미국 및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독일과 함께 한 비핵화 합의이다. 미국은 자신이 맺은 ‘이란 핵합의’를 지난 5월 8일 스스로 탈퇴한 후 이란 정부를 맹공격해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자기들이 회담에 나오라고 초청하고 있는 바로 그 상대방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계획을 감추지도 않고 이처럼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이다”라며 “우리 이란이 말하는 것은 분명하다”, “국제법에 따라 의무사항을 이행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며 미국에게 국제법 준수를 주문했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 또한, 미국에 이란 핵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핵무장의 길을 걷던 이란을 멈춰 세운 것은 2015년의 핵 합의”이며 “대화와 다자주의를 통해”야 한다고 하였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은 일방주의적 패권 행위에 반대하고 이란 핵합의를 수호할 것을 주장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 또한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는 유엔 결의에 위배되는 것이자 중동의 안정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이란 핵합의을 살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미국의 최우방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또한 “이란이 합의를 계속 이행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도 협력,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중국의 외교장관들은 24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동을 갖고 이란과 무역 거래를 지속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이란을 다시 제재하기로 한 미국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엔총회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제동을 가하는 이번 결의안은 찬성 128표, 반대 9표, 기권 35표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미국은 중동지역에서 국제법도 준수하지 않고 다른 나라들과는 정반대로 행동하는 ‘불량국가’ 같은 처지에 빠진 것이다.

세계를 재패한 미국의 시대 저무나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는 ‘글로벌리즘’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부정하고 ‘애국주의(patriotism)’ 노선을 받아들이겠다”고 천명했다.

한때 세계의 경찰을 자칭하며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주창한 미국이 유엔총회 자리에서 무엇 하나 뜻대로 이루지 못하고, 글로벌리즘을 포기하였다.

물론, 세계 여러 나라가 미국에 대해 불만을 가져온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지만, 미국은 이런 불만을 강력한 ‘힘’으로 억눌러 왔다. 이번 유엔총회 자리가 미국에 대한 성토장이 된 것은 추락하는 미국의 위상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이 ‘세계 유일 초강대국’이라는 옛 추억에서 하루라도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미국이 ‘지나간 영광’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탓에 평화와 번영을 실현하기에도 바쁜 나라들을 여럿 발목 잡으며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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