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민족경제의 미래를 그린 10.4 선언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하였다.
–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이하, 판문점선언), 1조 6항

오늘은 11년 전인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를 위한 선언(이하 10.4선언)을 발표한 날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발표한 판문점선언에서도 10.4선언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한 바 있다.

특히, 10.4선언은 경제협력 분야에서 다양한 합의를 담고 있다. 10.4선언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 등 구체적인 사업을 합의했을 뿐 아니라 자립적 민족경제에 의거한 남북경제공동체의 바탕의 밑그림을 그렸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남북정상의 경제합의 : 자립적 민족경제

10.4 선언에서 특징적인 내용은 민족경제의 모습에 대해 남북 두 정상이 합의하고 나아가 민족경제의 목표와 운영원칙에 대해서도 두 정상이 합의하였다는 점이다. 민족경제의 목표와 운영원칙을 합의한 것은 6.15 공동선언에서 한 발 더 나아간 10.4 선언의 중요한 성과이다.

6.15 공동선언 4항에서 민족경제에 대한 남북 정상의 합의사항은 다음과 같다.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 문화, 체육, 보건, 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 신뢰를 도모한다.”

당시의 남북정상의 합의사항인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은 이번 10.4 선언에서 더욱 구체화되었다.

10.4 선언은 5항에서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의 번영을 위해 경제협력사업을 공리공영과 유무상통의 원칙에서 적극 활성화하고 지속적으로 확대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고 한 것이다.

바로 공리공영과 유무상통이라는 경제협력의 기본원칙이 합의된 것이다.

더욱이 이번 10.4 선언은 전문에서 “쌍방은 우리민족끼리 뜻과 힘을 합치면 민족번영의 시대, 자주통일의 새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표명하면서 6.15 공동선언에 기초하여 남북관계를 확대발전시켜 나가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고 적시함으로써 남북경제협력의 방향을 우리민족끼리의 정신, 다시말해 자주통일의 정신에 입각해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10.4 선언의 다양한 경제협력 방안이 남북간의 단순 교역 증가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자주통일을 견인하는 남북경제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이다.

공리공영의 목표, 유무상통의 원칙

이번 10.4 선언에서 주목되는 단어는 바로 공리공영과 유무상통이다.

공리공영은 다양하게 해석될 소지가 있는 문구이다. 공리(共利)로 해석하게 되면 “공동의 이익”으로 볼 수 있지만 공리(公利)로 해석하게 되면 “공중(公衆)이나 공공 단체의 이익”이 된다.

공리공영은 해석하기에 따라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함께 번영하는 공리공영(共利共榮)으로 볼 수도 있고 공적 기관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경영한다는 공리공영(公利公營)이 될 수도 있다.

결국 공리공영은 남북경제의 목표를 공동의 번영 내지는 민족경제공동체로 한다는 합의인 것이다.

공리공영의 원칙은 통일을 하면 ‘퍼주기’를 해야한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남북 경제 협력은 한쪽이 다른 쪽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이 공동의 이익을 실현하며 민족경제공동체를 형성해나가자는 합의인 것이다.

공리공영은 남과 북이 통일의 과정에서 추구해야할 경제협력의 발전 방향이다. 10.4선언에서는 공리공영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 원칙으로 이어 ‘유무상통’을 제시하고 있다.

민족경제의 활동원칙 : 유무상통

유무상통(有無相通)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서로 통한다.”란 뜻이다. 유무상통은 2005년 7월의 제10차 남북경제협력 추진위원회에서 언급되기 시작한 방식으로 유무상통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한국의 경공업 원자재와 북한의 지하자원을 교환하는 사업이다. 이것은 “한국에 있지만 북한에 없는 것과 북한에 있지만 한국에 없는 것을 서로 교환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유무상통이란 단어가 경제적으로는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자본주의적 시각에서 국가와 국가가 무역을 하기 위해서는 양국 무역제품을 평가할 기준화폐가 있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이 무역을 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한국에서 5000원짜리 제품과 일본의 1000엔짜리 제품이 있을 때 지금까지 이들은 한국이 5000원 제품을 일본으로 수출하고 다시 1000엔짜리 일본제품을 한국으로 수입하면서 교환이 되었다. 그런데 ‘원’화와 ‘엔’화의 가격을 상호 비교할 대상이 없다. 그래서 세계는 교역과 금융거래의 기준이 되는 화폐를 ‘기축통화’라고 하여 지정해 놓고 있다. 현재 세계의 기축통화는 바로 미국의 ‘달러’이다.

미국의 ‘달러’가 기축통화라는 것은 세계시장이 미국의 ‘달러’ 외에는 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 거래를 하고 싶으면 은행가서 ‘달러’를 구해오라는 논리였다. 이러한 ‘기축통화의 지위’는 상대적으로 달러의 가치를 상승시키게 된다.

왜냐하면 원활한 무역거래를 위해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달러’를 보유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달러의 가치상승은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어부지리’의 효과와 같다. 결국 이러한 ‘달러’의 독보적이고 불평등한 지위 때문에 미국은 다른 나라의 고통을 통해 경제적 향락을 누려왔다.

그런데 유무상통(有無相通)을 하게 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지금까지 남북은 경제협력을 상호무역의 형태로 거래를 해왔다. 한국의 쌀이 달러의 차관형태로 북한으로 향하고 금강산 관광의 요금이 달러의 형태로 북한에 제공되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 경우 북한당국과 한국정부는 남북경제협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달러’를 확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남북경제협력이 발전할수록 미국의 달러가 한반도로 점점 더 유입되게 된다. 아닌 말로 남북경제협력을 하고 싶어도 ‘달러’가 없어서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러한 방식은 결국 경제의 효율성 면에서 뒤처지게 된다.

유무상통을 하게 되면 거래 중간단계에 달러의 보유가 필요없게 되어 통화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 한국의 경공업 원자재와 북한 지하자원의 교환사업을 보면 경공업 원자재 8000만 달러 어치를 북한이 가져가고 이에 해당하는 금액의 지하자원을 한국이 가져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8000만 달러는 가격을 매기는 단위로는 사용될 지 몰라도 남북정부는 8000만 달러의 외화를 확보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이 거래를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달러 한 장 들고 있지 않아도 8000만 달러 어치의 거래를 성사할 수 있는 것이 유무상통의 힘이다.

이것은 형식적으로 살펴보아도 국가내부의 거래와 같은 형태이다. 10.4선언에서 유무상통의 원칙을 합의하였다는 것은 남북경제협력의 형태가 지금의 국가 대 국가의 교역형태에서 차츰 민족국가의 내부거래와 같은 형태로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곧 민족경제의 활동원칙을 천명한 것과 같다. 결국 유무상통은 스쳐지나갈 수 없는 10.4선언의 중요한 의미이다.

경제협력의 전면화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또한 이번 10.4선언에서 주목할만한 지점은 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 위상과 폭이 대폭 강화된 지점이다. 공동선언 5항에서 “남과 북은 남북경제협력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하여 현재의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부총리급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로 격상하기로 하였다.”라고 합의하였다.

지금까지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는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논의되는 경제협력 사안 가운데 실무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최되는 남북한 차관급 회담이었다. 그런데 이번 합의에서는 경추위를 2단계 격상시킨 부총리급 회담으로 개최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는 남북경제협력이 기존의 수준을 뛰어넘어 새로운 단계로 질적 도약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남북경제협력은 그 규모와 사업분야에 관계없이 대부분 통일부가 주관해 온 사업이었다. 그렇다고 통일부의 예산이 방대한 상황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2005년 통일부의 예산은 5943억 2100만원으로 134조원에 달하는 한국전체 예산의 0.4%에 불과한 실정이다. 통일부의 예산을 앞으로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경제협력의 원활한 추진과 전면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전체 관련 부처가 모두 남북경제협력에 전면적으로 나서야 한다. 경추위를 부총리급 회담으로 격상시킨다는 것은 앞으로 대북사업예산은 재정경제부가 책임지고 백두산 관광사업과 각종 문화교류사업은 문화관광부가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며 개성공단 사업은 산업자원부가, 경의선,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사업은 건설교통부가 책임지고 나서야 하는 것이다.

이번에 부총리급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가 신설됨으로 인해 이러한 문제의 해결방안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었다. 그런 면에서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는 정부 각 부처의 남북경제협력 사업을 관할, 제어하는 권위있는 중앙기구라고 할 수 있다.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의 합의로 인해 앞으로 급격하게 확대될 남북경제협력이 차질없이 발전될 토대를 구축하였다. 이것은 한국정부가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폭넓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통일사업을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민족의 최대 현안으로 확대 발전시킨다는 중요한 의의가 있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보면 10.4선언의 ‘경제협력’ 내용들은 전면적으로 통일민족경제의 미래상을 구현하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자주통일의 문을 열어젖히는 10.4선언은 이렇듯 경제분야에서도 우리 민족의 미래상을 확연히 그려주고 있다.

*이 글은 민권연구소의 글 <통일민족경제의 미래를 그린 10.4 선언>을 토대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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