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위기… “곧 종전선언” 약속 엎은 미국이 자초

6.12북미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한국전쟁 종전선언 서명을 약속했지만 미 정부는 이를 시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30일 미 인터넷매체 복스(Vox)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처럼 보도했다. 복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선제 핵무기 대부분 폐기’를 요구하며 태도를 바꿨고 후속 협상이 난관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미국에 대한 북한의 적대적인 발언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

그 배경에는 미 정부 내 입장대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전선언을 찬성한 트럼프 대통령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앞서 7월,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조선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평양에서 후속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과 달리 ‘6∼8주 이내에 비핵화 탄두 60∼70%를 넘기라’고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장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에 ‘나가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보라’는 등 설전이 있었으며 소식을 전달받은 김정은 위원장도 화를 냈다고 한다.

북한이 8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역행해 일부 미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대북제재에 혈안이 돼 있다’는 외무성 담화를 내놓은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약속을 어기고 이를 뒤집어 여러 조건을 붙이는 미 정부 내 상황에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이와 관련 미 언론들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이 종전선명 서명에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 해체가 진정성이 없으며, 북한이 종전선언 뒤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 ‘무턱대고 종전선언’은 안 된다는 것이다.

복스의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미 정부 내 종전선언 반대 명단’에 폼페이오 장관도 이름을 올리게 된다. 최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불발된 것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두고 “나와 김정은 위원장의 관계는 환상적”이라고 한 점을 비춰보면, 대북정책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 미 정부 내 고위인사들 간 의견대립이 상당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은 해당 보도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이를 종합하면 북미 정상 간 약속을 뒤집을 만큼 미국 내 북미 간 평화를 껄끄러워하는 세력이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미 언론이 종전선언 반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볼턴 보좌관은 미국의 전쟁을 지지하는 강성 네오콘(신보수주의)으로 분류된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열린 6자회담의 판을 엎고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시절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주도한 전력도 있다.

돌이켜보면 2001년 집권한 부시 행정부 때도 지금과 무척 비슷한 장면이 펼쳐졌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명명하며 호전적 대북강경책을 밀어붙인 부시 행정부의 국무장관이었던 콘돌리자 라이스. 그녀는 퇴임 뒤 2011년 출간한 <더 이상의 영광은 없다>(No Higher Honour)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통해 (북미협상 이행 과정에서) “미국은 마치 축구 경기 도중 불리해지자 골대의 위치를 바꾼 격이었다”고 털어놨다.

전임 클린턴 행정부는 2000년에 북한과 합의한 북미공동코뮤니케에서 “쌍방은 한반도에서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1953년의 정전협정을 공고한 평화보장체계로 바꾸어 한국전쟁을 공식 종식시킨다”고 밝혔지만, 부시 행정부가 이러한 ‘약속’을 뒤집어 전쟁위기를 조장했다는 고백을 한 것이다.

그리고 2018년 현재, 미국의 약속 뒤집기가 재연됐다. 다만 이번에는 2001년과는 반대로 정상 간의 결단에 아랫사람들이 반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선언한 세기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엎고 전쟁위기로 치달았던 과거로 돌아가자는 미국 내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다.

이 와중에 주한미군 사령관이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유엔사)가 남북 철도협력을 ‘불허’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세간에서는 평화를 가로막는 미국을 규탄하는 여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언제까지 상대국의 주권을 무시하고 위기를 조장하는 과거의 방식이 통용될 수 있을까. 세계의 눈이 미국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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