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는 누가 깨뜨렸나] ➁ 9.19 성명, 합의 다음 날 표류시킨 미국

1994년 제네바합의가 파기된 데 이어 9.19 성명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음으로써 오늘날까지 한반도에서 비핵화는 실현하지 못했다.

오늘 남과 북 그리고 미국이 각각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서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남과 북의 통일을 실현하자고 합의했으며, 국민들의 기대도 어느 때보다 높다.

우리는 이전과 같이 좋은 합의를 맺고도 결국 실현하지 못했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2005년 9.19 성명은 왜 이행되지 못했던 것일까?

북한의 핵보유 선언과 6자 회담

제네바합의는 미국이 2003년까지 북한에 제공하기로 한 경수로 건설이 결국 무산되면서 파기되었다. 제네바합의가 파기되자 북한은 200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2005년 2월 10일 핵 보유 선언을 하였다.

당시 북한은 외무성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미 부시 행정부의 증대되는 대조선고립압살정책에 맞서 핵무기전파방지조약에서 단호히 탈퇴하였고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의 원칙적립장과 조선반도를 비핵화하려는 최종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제네바합의가 파기되어 북한의 핵문제를 논의할 근거가 없어지자 남과 북, 그리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이 함께하는 6자 회담을 북한에 요구했다.

2003년부터 시작된 6자회담에서는 북한이 핵 보유 선언을 한 후인 2005년 9월 19일 9.19 성명을 합의하게 되었다.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위기에 빠진 9.19 성명

남, 북, 미를 포함한 6자는 9.19 성명에서 1. 6자 회담의 목표는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평화적 방법으로 달성하는 것 2. 북한과 미국은 주권 존중, 평화 공존, 관계 정상화 추진 3. 경제 협력 증진 4.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 5.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원칙 등을 합의하였다.

6자는 9.19 성명 서문에서 이번 합의의 맥락은 한반도 동북아 전반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대의를 위해 상호 존중과 평등의 정신 하에 공동의 이해를 기반으로 한다고 명시하였다.

그러나 9.19 성명은 발표 첫날부터 곧바로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미 재무부가 다음 날인 9월 20일 북한이 위조지폐를 제작하였으며 중국 마카오 소재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을 통해 돈세탁을 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이 BDA 은행과 거래를 중단하였고 마카오 당국은 국제적 금융 제재 흐름에 부담을 느끼고 BDA 은행의 북한 자금을 동결하였다. 다른 금융기관들 또한 미국 재무부로부터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되지 않기 위해 북한 기업과 금융거래를 중단했다.

근거 없는 적대행동으로 비핵화 실현에서 멀어져간 미국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지장을 주면서까지 북한을 위조지폐 문제를 지적하며 대북 제재를 감행했다. 그런데도 미국은 정작 북한이 위조지폐를 제작, 유통했다는 증거를 내지 못했다.

미 재무부는 2007년 3월 BDA에 대해 18개월간 조사 후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 위조지폐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였다.

서재정 코낼대 박사는 2007년 4월 25일 ‘BDA는 주범 없는 공범?’이란 제목의 글에서 “18개월 간에 걸친 조사 끝에 나온 공식 보고서는 북한이 위조지폐를 유통시켰다는 증거는커녕 주장조차 없다”며 이 보고서의 특징은 “북한이 위조지폐를 유통시켰고 이 과정에서 BDA를 이용했다는 주장이 없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방코델타아시아의 스탠리 아우 회장 또한 2007년 5월 7일 “BDA가 북한의 위조지폐 유통에 개입했다는 아무런 증거도 없다”며 “은행의 현 상황을 위협하는 행동이 아무런 구체적 혐의나 잘못에 대한 증거 없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BDA 문제는 약 2년이 지난 2007년 6월 25일 미국이 동결된 북한의 자금을 북 계좌로 송금해주며 잠정 종료되었다. 북한은 BDA 문제가 해결되자 곧바로 2007년 6월 26일부터 30일까지 IAEA 실무단과 핵시설의 폐쇄, 검증 문제 등을 협의하였다. 이어 같은 해 7월 IAEA는 영변 핵시설 폐쇄를 공식 확인한다.

미국이 북한의 핵문제와는 관련도 없는 위조지폐 소동을 근거 없이 일으킨 탓에 공연히 한반도 비핵화에 악영향만 준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005년 10월 18일 “미국은 최근 우리의 그 무슨 ’마약 거래, 화폐위조 등 비법(불법)거래설’에 대해 떠들면서 합법적인 금융거래를 차단하는 제재 조치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 상투적으로 써먹는 심리 모략전의 복사판”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북한은 미국이 지속한 적대 정책에 맞서 2006년 10월 4일 핵시험을 단행함으로써 핵보유를 실증하기에 이르렀다.

9.19 성명의 이행 과정에서 볼 수 있듯 미국이 앞에서는 ‘평화’와 ‘공존’을 합의하고 뒤로는 ‘대결’과 ‘적대’ 정책을 추진한다면 영원히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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