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절 맞이’ 대학생들 “촛불혁명 완성하자”

“300만 대학생의 요구를 실현하자.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앞장서서 민중이 주인 되는 사회로 나아가자!”

박근혜 탄핵 1주년을 맞은 지난 3월 10일. ‘우리가 나서 촛불혁명을 완성하자’를 외치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한진연) 소속 대학생들이 혜화 마로니에공원을 가득 메웠다. 탄핵 1년을 거치며 우리사회는 적폐청산과 남북관계 정상화 등 굵직한 사안들을 마주했다. 하지만 정작 촛불혁명에 힘차게 나섰던, 앞으로의 새 시대를 이끌 대학생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단 지적이 잇따른다.

10일 오후 1시가 넘은 마로니에 공원은 봄기운이 흐드러졌다. 분주히 무대를 준비하느라 음향장비와 카메라를 준비하는 손길들, 리허설에 실무진들은 이리저리 오가며 분주했다. 본래 ‘촛불혁명의 본산’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기로 되어있었던 행사였다. 자칭 애국보수(?)세력들이 광화문에 맞불집회를 신청해 ‘아낌없는 충돌’을 예고하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대학가로 옮겨온 무대는 아담하고 소박했지만 기분 좋은 활기가 뿜어 나왔다.

▲한진연 출범식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무대공연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 박명훈

고참 헌내기들부터 이제 막 대학에 발을 들인 18학번 새내기들. 촬영카메라 옆에 서 무대 앞으로 삼삼 모여드는 들뜬 대학생들을 바라봤다. 순간 “내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이미 흘러 지나갔지만”을 떠올렸다. 2016년에 대학을 졸업해 사회로 나선 이후 대학생활은 뒷전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더 이상 대학생이 아니야’란 최면을 스스로에게 걸었던 셈이다.

오후 2시. 이나현 한진연 공동대표가 “더 크고 멋지게 정식으로 한진연을 시작하겠다”고 크게 외치면서 출범식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한진연과 함께 하는 사회참여동아리 청춘의지성 소속 ‘세상과 함께 하는 춤, 흥’이 첫 무대를 상쾌하게 열어젖혔다.

▲무대에 올라 발언하는 이나현 한진연 공동대표. ⓒ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인기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의 한국 첫 주제가의 노랫말 “아침에 눈을 뜨면 지난밤이 궁금해 오늘은 어떤 사건이 날 부를까”에 맞춰 안무가 시작됐다. 그야말로 흥이 넘치는 무대였다. 게다가 헌내기부터 새내기까지 아우를 수 있는 ‘코난’의 추억보정 덕분에 대학생들(그들과 동세대인 나 역시)은 아련한 향수에 휘감겼다.

▲청춘의지성 소속 세상과 함께 하는 춤 ‘흥’의 회원들이 <명탐정 코난>의 주제가에 맞춰 즐겁게 춤추고 있다. ⓒ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이어 “그래 이 세상에 해결 못할 것은 없어. 끝까지 포기 않고 풀면 되잖아”라는 노랫말이 귓가에 머물렀다. 2018년 맞아 새롭게 발돋움하는 대학생단체 한진연의 목표, 다짐을 경쾌하게 전달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미투운동과 남북·북미정상회담 등 놀라운 뉴스가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새 시대를 맞은 대학생들이 노랫말처럼 ‘찬란한 빛’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반드시 그럴 수 있어야만 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무대 위 스크린을 흐르는 한진연의 활동 소개영상은 퍽 인상 깊었다. 사회참여동아리 청춘의지성(소셜메이커 ‘쏘메’, 역사동아리 ‘역동’, 시사낭만청춘극단 ‘끼’, 영상동아리 ‘훜’, 세상과 함께 하는 춤 ‘흥’ 등)과 대학생당 참가자 등으로 구성된 대학생들의 모습이 휙 스쳐지나갔다. 즐겁게 열심히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맵시 좋은 연출과 상황에 맞는 음악에 힘입어 생생히 되살아났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준비위원회를 꾸린 한진연은 MB의 적폐를 감옥으로 넣자는 취지의 ‘명박인더트랩’, 1948년 불순한 공산주의자로 몰린 제주도 민중들이 군 당국의 잔학한 학살에 맞서 떨쳐 일어선 4.3항쟁을 기억하기 위한 ‘탐라는도다’, 평창겨울올림픽을 맞아 남쪽을 찾은 북한 선수들과 응원단을 찾아 민족애와 평화통일의 마음을 듬뿍 풀어낸 ‘통일응원단’ 등의 다채로운 활동들을 펼쳐왔다.

대학 캠퍼스와 광장에서 세월호 서명행사, 5.18 기념행사 등을 벌였던 나의 지난날들이 밀려와 감개무량했다. 한진연은 이른바 ‘정치적 색깔’을 숨기지 않고 사회진보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당당하게 드러냈다. 실제로 전체구호를 통해 ▲대학생단결 ▲평화통일 ▲진보정당단결 ▲적폐청산 등의 구호들이 버젓이 등장했다.

특히 한진연 중앙노래패 ‘내일’ 준비단의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평화통일을 위한 다짐으로 채워져 있어 놀라웠다. “작년 오늘, 하나됨을 진심으로 느꼈다. 우리 서로 다르지 않다는 걸 알기에” 지난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이라면 ‘북한과 가깝다’며 꺼려졌을 구호들이, 이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점차 널리 퍼져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 한진연 중앙노래패 ‘내일’ 준비단이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있다. ⓒ 박명훈

무대 사회자가 “한진연이”를 말하면 참가자들이 “더 강하게”로 답하는 진행도 퍽 인상 깊었다. 취업스트레스와 대학 당국의 압력에 밀려 대학에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학생회가 거의 없는 오늘이다. 영화 <1987>의 주인공 연희처럼, 연희의 뒤를 이어 ‘2018 촛불세대’들이 대학에서부터 다양한 사회적 의제들을 드높여 적극 해결에 나서겠다는 마음과 행동이 뭉친다면 앞으로의 세상은 훨씬 살맛나는 세상으로 진보할 수 있으리라.

한진연은 출범선언문을 통해 “박근혜를 탄핵시키고 역사를 새로 쓴 뜻깊은 오늘, 우리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을 결성하여 국민주권시대, 평화통일시대로 나아갈 것을 선언한다. 300만 대학생의 요구를 실현하자. 반값등록금 실현으로 청춘을 빛내자”고 포부를 밝혔다.

우리사회의 많은 대학생들은 그동안 높은 스펙을 쌓아 좋은 직장에 취업해 돈을 잘 버는 어른으로 올라서야 한다는 단 하나의 ‘명령’에 시달려왔다. 더불어 사는 사회, 돈 걱정 없이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세상, 평화통일을 이룩한 강한 우리나라 등의 가치들을 ‘너희들이 할 게 못 된다’며 가로막는 암묵적인 흐름이 있었다.

촛불혁명은 우리의 사고방식에 명확한 시대적 교훈을 새겨나가고 있다. 못된 권력에 좀먹어 잔뜩 뒤틀린 사회구조를 해소하지 않고는 이 사회가 단 한 발짝도 제대로 진보할 수 없음을. 새 시대의 촛불이 적극 뭉친 한진연이 2018년 올해 막힘없이 우뚝 서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대학생들이 적폐청산과 평화통일의 요구를 내걸고 ‘헬조선’을 없애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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