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에 끌려 나온 3가지 이유

문재인 정부의 대북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해 3월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면담하였다. 이 자리에서 남북은 4월 말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밝히며 특사단을 통해 모종의 제안을 미국에 전달하였다고 한다.

3월 8일, 특사단 일행이었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은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제안을 전달하였다. 트럼프가 그 제안을 전격적으로 수락하면서 5월 중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었다.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되는 역사적 회담들이 연이어 목전에 놓이게 된 것이다.

누가 주도하는 국면인가

6개월 전만 해도 북한과 미국은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트럼프는 9월 19일 유엔총회 연설장에서 북한을 향해 “완전한 파괴”를 언급하였고 9월 21일 김정은 위원장은 개인 명의의 성명에서 트럼프를 향해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다.”라고 선언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4월말 남북정상회담과 5월중 북미정상회담이 거론되고 있다. 이 급박한 정세변화의 분기점에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 발사성공이 있었다. 2017년 11월 29일, 북한이 ICBM 화성 15형 발사에 성공하며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하였다. 그러자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으로 가는 KTX 열차 안에서 트럼프 행정부에게 2018년 초의 한미합동군사훈련 연기를 제안하게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보유국의 지위를 노렸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반발이 워낙 거세어 어쩔 수 없이 북미협상에 응하게 되었다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이 미국에 맞서 생존하기 위해 핵을 개발하였다는 역사적 진실이 결여되어 있다. 북한에게 국가핵무력이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성격의 것이 아니라 그들의 체제와 목숨을 보장해주는 가장 유력한 버팀목인 것이다.

미국이 대북압박을 주도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되었다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선전일 뿐이다.

일례로 지난 1월에 발표된 한미군사훈련 키리졸브 2018의 연기는 누구의 작품일까? 이 과정에서 국내 수구세력들의 대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유한국당은 평창 올림픽 폐회식에 북한의 김영철 조선노동당 부위원장이 남측을 방문하자 김영철 방한 저지 투쟁위원회까지 만들어 이를 결사반대한 세력이다. 심지어 자유한국당은 온 세계가 박수를 보내는 남북정상회담 타결과 북미정상회담 타결에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을만큼 반북적이며 친미적이다.

그런 국내 수구세력들이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키리졸브 2018 연기를 제안하였을 때에는 마치도 약속이나 한 듯 침묵을 지켰다. 키리졸브 연기가 트럼프 행정부의 각본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대목이다.

결국 북한의 국가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2018년 1월 1일부터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가 표면화되었고 평창 올림픽을 전후로 북한의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이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다. 미국이 펜스 부통령을 보내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하고 북한을 비난하였지만 참패할 수밖에 없었다. 올림픽 폐막식에 이방카가 들어왔지만 반전은 없었다. 여론은 시종일관 북한 평화외교의 손을 들어주었다.

북한의 김여정 특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였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답례 형식으로 대북특사단을 평양으로 보냈다. 그리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타결된 것이다.

이 모든 변화의 출발점에는 2017년 11월 29일, 화성 15형 발사성공에 따른 북한의 국가핵무력 완성 선언이 있었다. 그로부터 100일만에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타결된 것이다.

트럼프는 지금의 대화국면이 미국의 강력한 대북압박의 결과라고 포장하지만 그런 주장은 미국 내에서부터 반론이 일고 있다. 1월 20일, 워싱턴포스트는 “문재인 대통령이 ‘운전자론’을 내세워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는 인상을 주고 있지만, 실제로 운전대를 쥐고 있는 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처럼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뒷자리에 타서 (김정은 위원장이 운전하는 곳으로) 따라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즈는 3월 10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개최합의 자체가 북한에게 큰 승리라고 평가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이 국제외교 무대에 정식으로 등장하면서 국제적 위상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반면 뉴욕타임즈는 트럼프 대통령이 눈에 보이는 아무런 이득도 없이 김정은 위원장에 승리를 부여하고 있으며, 북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끌어내기 위한 마지막 남은 기회를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느 모로 보더라도 북한 외교의 큰 승리라는 뉴욕타임즈의 평가가 타당해 보인다.

자기 탐욕에 무너진 미국

최근 들어 세계 패권에 균열이 심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세계적 패권국가인 미국이 북한과의 외교대결에서 패배하였다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결에서 왜 패배하였을까?

첫 번째 이유는 미국이 자기 탐욕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제국주의는 탐욕에 의해 일어났지만 예외없이 탐욕으로 망하였다. 고대 로마제국은 물론 영국과 프랑스, 독일을 비롯한 제국주의 열강들도 식민지 수탈의 탐욕을 제어하지 못해 1, 2차 세계대전이 촉발되었다. 그 과정에서 식민지 민중들은 제국주의의 착취와 약탈에 저항해 정치적 독립을 획득하였다.

1945년 이후 자본주의 진영의 유일 패권국가로 등장한 미국은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일극지배체제를 확립하려 하였다.

미국의 탐욕은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와 절정에 달하였다. 트럼프가 후보시절 주장하였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 자체가 미국의 패권이 기울어지기 시작한 국제정세를 애써 무시하려는 트럼프의 탐욕을 잘 보여준다.

트럼프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한국과 일본을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묶어두려 타산하였다. 동시에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군사적 우위를 확고히 세워 잠재적 경쟁국으로 부상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 하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는 이미 전술무기 뿐 아니라 핵 전략무기에서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는 북한과의 군사적 대결이 필연적이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래도 이른바 “전략적 인내”를 표방하며 대북대결의 속도를 조절하고자 하였지만 트럼프는 미국 내에서 실추되는 자신의 지지율을 해외의 군사행동으로 만회하려 하였다.

트럼프는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며 “최대의 압박”을 읊조렸다. 2017년 4월, 트럼프는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는 경상북도 성주에 사드를 기습 배치해 버렸다. 이는 북한과의 첨예한 군사적 대결을 불러왔고 급기야 북한이 연이은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로 “국가핵무력 완성”을 달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버렸다.

트럼프의 압박은 동북아 국가들로 확대되었다. 트럼프는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중국을 향해서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며 중국을 압박하였다. 최근 들어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한국 제품에 세이프 가드를 발동하는 등 한국에 과도한 통상압박을 가하는 것도 노쇠한 미국경제를 되살리려는 트럼프의 탐욕이 너무 과도하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증오감

두 번째로 미국은 또한 이념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북한에 대한 증오감에 빠진 나머지 북한과의 대결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자주노선을 표방하는 북한이 미국의 제국주의적 약탈에 대해 반발할수록, 그리고 북한이 미국과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을수록 미국은 북한을 증오하며 북한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게 되었다.

이미 1953년에 미 합참의장 브랫들리는 “솔직히 말하면 한국전쟁은 커다란 군사적 재난이며 잘못 고른 장소에서 잘못 고른 시간에 잘못 만난 적과 싸운 잘못한 전쟁이었다”라고 하였으며 마크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은 “나는 정부의 지시를 수행함으로써 역사상 승리하지 못하고 정전협정에 조인한 최초의 미군사령관이라는 영예롭지 못한 이름을 띠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 이후 1968년 미국 정탐선 푸에블로호가 북한을 정탐하다 나포되어 미군 82명이 포로로 붙잡혔을 때도 미국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다. 1969년에는 미국의 정찰기 EC-121기가 북한을 정탐하다 격추되어 승무원 31명 전원이 사망하였을 때에도 미국은 북한에게 사과를 해야 했다. 그럴수록 미국은 자신의 정탐행위를 반성할 대신 북한에 대한 증오심을 키웠다. 미국은 북한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 1990년대부터 이른바 “북핵위기”를 발생시켰지만 북한이 전면전을 불사하면서 맞서자 1994년에는 북미 제네바합의를 타결지었다. 2000년 조지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 “악의 축”이라고 비난하면서 북한을 핵으로 먼저 공격할 수 있다고 협박하였다. 결국 북한은 핵을 개발할 결심을 하게 되었고 2005년 핵보유선언에 이어 2006년 지하핵시험으로 미국에 맞서게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도 북한에 대한 증오감에 휩싸여 대북대결에서 무리수를 두고 말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9월 유엔총회 연설장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하였다. 세계 군사대국인 미국이 유엔 총회장에서 유엔 가입국인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세계패권국가의 위신을 스스로 깎아내리고 국제여론의 지지를 잃어버린 나쁜 수였다.

트럼프는 2017년 11월 한국 국회에서도 “북한 노동자들은 끔찍하게 긴 시간을 견디기 힘든 조건에서 거의 무보수로 일하고……(중략) 노동자 가족들의 절반은 전기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5세 미만 영유아의 거의 30%가 영양실조로 발육 부진에 시달리는 등 계속 기아로 시달리고 있다.”며 북한 체제를 비난하였다. 그러나 북한경제가 침체된 것은 미국의 대북제재가 주요한 원인이었다. 미국이 북한을 강력하게 제재해놓고는 북한경제를 체제문제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증오는 평창 올림픽에서 절정에 달했다. 미국의 펜스 부통령은 동맹국인 한국정부가 동계 올림픽이라는 국제행사를 치른다는 사실도 망각했는지 북한에서 송환 직후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부친을 동행시켰다. 이들은 웜비어가 북한에서 고문당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알리며 북한을 공격하려 하였고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해 북한이 천안함을 폭침하였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펜스는 남북 단일팀이 입장하는데 단일팀에 북한선수가 있다는 이유로 손을 흔들며 환영하지도 않았으며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과 악수조차 하지 않는 옹졸한 태도로 일관하였다.

펜스 부통령의 대북적대의식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탄력있게 추동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미국의 외교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심지어 미국 CNN조차 현지시각으로 3월 12일, 미국 고위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펜스가 이번 방한에서 대북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기회를 놓쳐버렸다”라며 “초대국으로서의 미국의 이미지를 깎아내렸다”라고 비판했다.

주관에 빠져 오류를 범함

마지막으로 미국은 상대의 역량을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주관주의에 빠져 북한과의 대결에서 밀렸다.

1950년 6.25 전쟁 당시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은 1950년 크리스마스에는 전쟁을 끝내겠다고 자만하였지만 유엔군은 초유의 1.4후퇴를 당하였다. 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가 붕괴된 1990년대에 미국은 북한이 경제난으로 붕괴될 것이라 보고 군사적 압박을 일삼다 북한의 핵개발을 맞닥뜨렸다. 결국 북한을 핵보유로 떠민 것은 바로 미국의 주관적 오판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대응도 주관적 오판이 패배를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젊은 정치인이란 데 착안해 북한에 강력한 압박을 전개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동요할 것으로 판단하고는 강력한 대북압박을 남발하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전술은 북한의 강력한 대응의 명분만 쥐어준 꼴이 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7년 7월 27일에 화성 13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하며 미국본토 타격 가능성을 입증하였다. 연이어 2017년 11월 29일에는 미국본토 전역에 강력한 핵탄두를 실어보낼 수 있는 새로운 화성 15형 미사일 발사에 성공해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것이다.

결국 북한을 국가핵무력 완성으로 떠밀어준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압박을 가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동요할 것이라는 주관적 판단의 착오였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탐욕, 대북증오심, 주관주의는 모두 과학적 접근법과 거리가 멀다. 미국이 아무리 덩치가 크다고 하더라도 상대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마구 덤빈다면 결코 승리할 수 없다. 한반도 핵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겠다고 큰소리치던 트럼프는 제국주의적 속성을 버리지 못해 북미정상회담에까지 이끌려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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