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광풍

지난 2009년 1월 비트코인(Bitcoin)이란 이름의 가상화폐가 세상에 등장한 이래 그것을 모방한 다른 이름의 가상화폐가 이더리움(ethereum), 리플(ripple), 라이트코인(litecoin), 스텔라(Stellar), 카르다노(Cardano) 등의 이름으로 등장한 것이 지금은 무려 1358종류에 이른다. 그리고 현재 거래되는 가상화폐의 총액은 6,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어떤 가상화폐는 농담처럼 개나 사용하는 화폐란 뜻으로 도그e코인(dogecoin)이란 명칭을 붙여 시장에 내놓았는데 1개월도 안 된 2014년 1월에 6,000만 달러나 거래되었고, 2017년 12월에는 10억 달러, 2018년 1월 10일엔 20억 달러의 정점을 이룬 후 지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사람들은 앞으로 가상화폐가 기존의 현실화폐를 대체할 것이란 소문에 넋을 잃고 가뜩이나 어지러운 세상에 이런 괴물이 또 출몰하였으니 세상이 또 얼마나 더 어지러울지 염려하고 있다.

상품세계에서는 화폐가 왕이다. 그런데 갑자기 ‘듣보잡 왕’이 새로 나타나 모두들 그의 신분을 긴가민가 의심하는데 스스로 기존의 왕을 갈아치우겠다고 나서면 그게 어디 순조롭게 이루어질 일인가? 인간사회로 치면 반역이나 쿠데타에 해당하지만 이미 그 쿠데타는 실패하기로 내정되어 있는 같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가상화폐의 권력구조가 현실화폐의 것과는 다르다. 비트코인의 창안자라는 필명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란 사람이 쓴 “비트코인-만인평등의 전자화폐제도”란 제목의 논문(https://bitcoin.org/bitcoin.pdf)이 그가 개설한 비트코인의 메인홈페이지에 링크되어 있다. 그 글을 읽어보면 비트코인의 거래를 흥정하고 기록하고 감시할 체인블록이라는 소프트웨어기술은 모든 거래자가 똑같은 평등한 위치에서 자유로이 거래토록 한다는 원칙 위에 고안되었다고 한다.

이는 기존의 현실화폐의 권력구조에 반하는 것이다. 현실화폐는 엄격한 위계질서 위에 있다. 현금은 국가나 국가에 준하는 민간인 권력자만 발행할 수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오픈소스로 공개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얼마든지 해킹할 수 있다고 한다. 현실화폐는 현금-현금카드-예금화폐-귀금속-신용카드-채권-주식-정기예금 등에 이르는 다양한 유동성이 위계질서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에는 다양한 보조화폐를 갖추고 있지 않다. 금융중개기관도 중앙은행-시중은행-투자은행-투자회사가 각각 급을 달리하는 피라미드질서 속에 위치하지만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직접 중개역할을 한다.

따라서 가상화폐가 기존의 현실화폐를 대신할 수 있으려면 기존의 금융엘리트들(화폐발행권을 가진 권력자들)이 가상화폐의 블록체인기술을 완벽히 자기의 것으로 소화해서 자기들만이 독점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기술로 변형시키는 데 성공해야 한다. 그들은 지금 그 기술을 과연 자기들만 독점적으로 지배할 수 있을지를 탐색하는 중이다.

둘째, 가상화폐가 월가의 파생금융상품으로 등록되고부터 갑자기 일반인과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는데 이는 주객이 전도된 처사이다. 월가에서 가상화폐를 파생금융상품으로 등록한 것이 마치 가상화폐를 진짜 화폐로 인정하기 시작한 줄 착각들을 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무지의 소산이고 무식하면 판판히 당할 수밖에 없다. 가상화폐가 몇몇 사이트에서 화폐처럼 받아주기 시작한지 1년 정도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약간만 기름을 부으면 활활 타오를 참이었다. 파생상품이란 게 무엇인가? 앞으로 가상화폐의 가치가 오를 것인가? 내릴 것인가? 지금은 아직 본격적으로 활활 타오르지 않았으니 앞으로 상당기간 오를 것이다.

그런데 그건 화폐가 아니지 않은가(그 이유는 뒤에 다시 얘기하겠다)? 언젠가는 폭락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계속 오를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선물시장에서는 구매를 할 것이고 옵션시장에서는 콜옵션을 살 것이다. 폭락할 조짐이 있다고 보는 사람은 선물시장에서 판매를 할 것이고 옵션시장에서는 풋옵션을 살 것이다. 그만큼 위험하고 거품이니까 뉴욕선물시장에 선물지수로 등록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가상화폐거래를 불법화한 것은 불나비 같은 중국투자가들의 외화유출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셋째, 가상화폐는 화폐가 될 수 없다. 토큰과 코인은 다르다. 토큰은 아무나 만들어도 된다. 일종의 물표나 선물교환권처럼 특정 실물과의 일정비율로의 교환을 약속한 증표이니까 만약 교환을 안 해주면 유가증권을 이용한 사기범으로 처벌받는다. 그러나 코인은 특정 실물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상품과 교환하는 매개물로 사용하자고 제시한 것이다. 거기에 동의하는 사람들이라면 그걸 구매해서 자기들끼리 화폐처럼 교환의 매개물로 유통수단으로 이용하는 건 그들의 자유다. 교환비율도 교환의 당사자들끼리 어떻게 흥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재작년부터 몇몇 웹사이트에서 비트코인으로도 후원금을 받겠다고 시험 삼아 광고했다. 그것이 마치 화폐로 유통될 수도 있겠다는 착각을 주었다. 후원금은 뭘로 후원해주든 감지덕지 받는 게 제일이지만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사람이 가상화폐를 지불수단으로 인정해 받는 데는 엄청난 위험부담이 따른다. 비트코인을 만든 사람은 이렇게 주장한다. 미국의 달러화폐도 국가가 발행하는 게 아니라 민간인이 발행한 거다. 비트코인도 여러분이 광범하게 유통시키면 화폐가 된다. 달러보다 비트코인은 해킹비용이 실제 발행비용보다 더 크다. 따라서 남발될 우려가 없다. 희귀성이 보장된다.

그러나 화폐는 희귀성이 높다고 해서 해킹방지나 위조방지가 확실하다고 해서 화폐로 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면 누구나 납부하는 세금을 가상화폐로 지불해도 좋다고 국가에서 공인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또는 전국의 농민들이 가상화폐로 쌀값을 지불해도 좋다고 공인해주어도 얘기가 달라진다. 그런 공인을 하려면 가상화폐의 발행권을 국가가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거나 전국의 농민조직이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

미국의 달러화폐가 세계화폐로 된 것도 처음에는 미국이 보유한 금을 달러와 미리 확정한 비율로 교환해준다고 약속했기에 가능했고 금이 바닥나서 금과의 교환을 정지시켰을 때에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밀약으로 사우디정부가 OPEC기구를 통해 중동석유를 미국의 달러화로 받겠다는 약속을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 대가로 미국은 사우디의 군사력을 미국의 최신식 무기로 현대화시켜주었고 사우디 왕가의 안전을 미국이 책임져주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그후 유럽과 아시아에 오일쇼크라는 큰 충격을 가해 세계경제에 일대 파란을 일으켜 지구경제에 남아돌던 달러화폐가 중동으로 모였고 그 돈은 다시 현대식 미국군사무기와 교환되어 미국으로 회수되었다. 같은 방식으로 비트코인도 그러한 특정국가의 공인이 필요했다. 경제규모가 대국은 아니라도 어느 정도 나가는 중견국가에서 대외지불수단으로 가상화폐를 인정해주어야만 한다.

작년 촛불정국으로 한국사회가 어수선했던 틈을 타서 어떤 젊은이가 카톡방에서 한국정부가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를 대외지급준비금으로 삼으면 새로 다가올 제4차 기술혁명(그 중심에는 블록체인 같은 소프트웨어 기술도 들어가는데)의 파고를 한국이 선도적으로 올라타서 제4차 기술혁명을 리드해나가는 선진국이 될 거라는 논지를 편 적이 있다. 많은 이들이 거기에 현혹되는 같기에 눈팅만 하던 필자가 끼어들어 한 마디 한 적 있었다. 대한민국의 정부재정을 다 말아먹을 작정을 한 어떤 도둑이 여기 한 놈 들어와 있다고. 중국과 인도가 가상화폐의 거래를 불법화하였으니 한국도 같은 보조를 취하는 게 옳을 것이다.

 

이채언 주권연구소 소장,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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