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의 한반도 주둔 부르는 ‘지소미아’

아베와 트럼프에게 이용당한 문재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해 질문하겠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자는 정권공약에서 효용을 검토한 뒤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가운데 지소미아의 효용에 대해 대신(방위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있다고 보는가.”

2017년 5월 12일 일본 방위성을 출입하는 일본인 기자가 이나다 토모미(稻田朋美) 당시 방위상에게 물은 질문 중에서. -일본 외무성-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은 한일 양국 간 2급 이하 군사 비밀의 교환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 양국이 각자 취득한 휴민트(인적 정보), 통신감청 정보 등의 대북 정보를 동일한 수준에서 주고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나다 토모미 전 일본 방위상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양국이 직접 원활하고 신속한 정보교환이 가능해 매우 유익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 뒤집기’에 나설 것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 질문에 대한 이나다 전 방위상의 답변을 살펴보자.

“지소미아의 체결은 오랜 기간에 걸친 몹시 큰 현안이었다. 작년 말 이 협정의 발효에 따라 매우 원활한 정보교환이 가능해졌다. 새 정권과도 반드시 이 지소미아를 통해 지금의 북한정세 등을 생각해 신속한 정보교환을 이어가는 것은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아베 정권의 걱정은 기우였음이 확인됐다. 반면 문 대통령 당선 확정 직후 “한일 양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인접 국가이며 이후 문 차기 대통령과 함께 일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한 아베 총리의 발언은 현실이 된 셈이다.

문 대통령은 당선 초기였던 6월 3일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을 제 16차 아시아안보회의 본회의가 열린 싱가포르에 파견했다. 한 전 장관은 제임스 마티스 미국 국방장관, 이나다 전 방위상과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비난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3개국의 방위협력을 계속해 정보공유와 공동훈련을 통해 능력강화를 도모할 것”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미국은 이 자리를 지소미아를 통한 한미일 3개국의 군사공조 강화를 재확인하는 자리로 삼은 것이다.

이에 대해 같은 날인 6월 3일 이나다 전 방위상은 기자회견에서 “한민구 장관의 리더십 하에서 (지소미아를) 발효할 수 있었다”며 “이 지소미아에 대해서는 이후 제대로 안정적으로 운용해가기로 하는 데 일치했다”고 한일국방장관회담의 합의 내용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안보회의를 계기로 지소미아에 부정적이었던 당초의 발언을 뒤집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후 문 대통령은 7월 6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린 독일 함부르크에서 “3국 정상은 각각의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북한의 어떠한 공격에 대해서도 억지 및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증강시켜 나갈 것임을 강조한다”는 내용의 한미일공동성명을 수용했다.

박근혜표 군사적폐 연장한 문재인 정부

“문재인 대통령은 당초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재검토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지만 이처럼 자동연장이 됐다.”

2017년 8월 25일 일본 방위성을 출입하는 일본인 기자가 오노데라 이츠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에게 물은 질문 중에서. -일본 방위성-

박근혜 정부 국방부가 일본 정부 방위성과 체결한 지소미아의 바통은 문재인 정부가 이어받았다. 대선후보 시절 지소미아의 불합리함을 말하며 ‘협정 개정’을 주장했던 문 대통령은 관련 사안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어 그 배경에 의문이 쏠리고 있다.

2016년 11월 23일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일본대사가 서울 국방부에서 합의한 즉시 지소미아는 발효됐다. 국민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급작스럽게 비밀작전을 방불케 하듯 체결된 지소미아. 국군의 계획을 자위대와 공유하게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국방부는 “어떤 정보를 교환할지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으로, 철저한 상호주의에 따라 면밀한 검토를 거쳐서 같은 수준의 비밀 정보를 교환한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해소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7년 8월 25일.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지소미아의 1년 연장을 택했다. 지소미아는 한일 두 정부 중 한쪽이 합의가 종료되기 90일 전까지 상대방 정부에 통고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연장된다. 양 정부는 통고 만료일이었던 2017년 8월 24일까지 서로 파기를 통고하지 않았다.

정부는 여론의 반발을 일으키지 않는 자동연장이라는 조용한 방식으로 국민여론의 반발이 큰 지소미아를 이어가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언론 등 일각에서는 지소미아를 통한 한일 양국군 간 정보교류는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를 대비하는 데 효용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겪은 우리에게 지소미아는 효용성이라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

2016년 11월 18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같은 해 11월 15~17일 전국의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살펴보자. 응답자의 59%는 ‘과거사 반성 없는 일본과 군사적으로 협력을 강화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반면 ‘안보에 일본의 정보력이 도움이 될 것이므로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응답은 31%에 그쳤다.

지소미아가 체결된 때는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한창 불거져 박근혜 정권이 ‘식물정부’가 돼 어떤 국정동력도 발휘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반대여론이 압도적이어서 체결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했다. 그런데도 새 정부는 “중요한 사안이 있으면 대통령이 직접 국민께 알리겠다”던 문 대통령의 발언을 무색케 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종합하면 지소미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미일 군사공조를 묶어내는 마중물로써 기능하고 있다. 9월 20일 유엔총회에 참석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북한 완전 파괴”의 길에 정부가 동참하고 있는 모양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세계 각지에서 전쟁위기를 고조하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지만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망언’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을 스스로 부채질하고 있다.

앞서 ‘박근혜 탄핵’을 외치는 1700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지난 촛불대선정국 때 ‘박근혜정권퇴진 국민비상행동’은 “촛불 민심을 역행 말라”며 대선후보들에게 지소미아 무효를 촉구했다. 아무래도 최근 유엔에서 세계시민상을 수상한 문 대통령이 수상의 영광을 국민에게 돌리는 등 촛불혁명의 계승자를 자임한 현 정부로서는 협정 이행을 공개적으로 밝히기엔 부담이 컸을 것이다.

즉 정부는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지소미아의 자동연장이 이뤄지기까지 정보의 빗장을 굳게 걸어 잠그는 비공개 전략을 고수한 셈이다. 이 결과에 따라 한일 간 군사정보교류는 확대될 전망이다. 국방부는 정보교류에 대해 “한일 양국이 북한의 핵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며 구체적인 답변은 회피했다. 자동연장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짚어보면 찜찜한 구석이 많다.

자위대의 한반도 주둔이 현실이 된다면

지소미아에 대해 “매우 유익하다”는 일본 정부의 설명은 납득이 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 훨씬 밀접한 한국에서 탐지된 정보를 바로 받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어떤 실익도 없다. 오히려 지소미아는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를 북한에 파견하겠다는 아베 정권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악용될 뿐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한반도 유사시 자국민 구출을 위해 자위대를 한반도에 파견할 수 있다는 등 공개된 자리에서 여러 차례 자위대의 한반도 파병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다.

그러나 8월 14일 송영무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일본으로부터 (협정)정보를 받아본 결과 1년을 운용하기도 전에 (지소미아의 폐기여부를) 결정하기는 어렵다”며 “1년간 더 운용해보고 다음에 조치해도 늦지 않다”라고 밝혔다.

송 장관의 발언은 지소미아가 북한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군사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에 집중되어 있다. 당장 자위대의 한반도 주둔을 초래할 가능성을 생각지 않는 매우 경솔한 인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군불을 지피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에 동참할 작정인지, 일제강점기의 뼈저린 치욕을 기억하는 국민을 우롱할 것인지 되묻고 싶다.

정부는 한반도를 미국과 일본의 전초기지로 옭아매는 지소미아를 당장 멈춰 세울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지소미아 연장에 이르기까지 국민을 향해 어떠한 설명도 내놓지 않은 까닭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촛불이 요구했던 적폐청산의 염원은 국민에 대한 이런 뒤통수 후려치기가 아니었다. 박근혜가 남긴 유산을 그대로 실행하고선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임을 자임하다니 국민에 대한 배신이 아니고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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